지난 7월 27일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국회통과를 볼썽사납게 끝마친 뒤 민생을 탐방한다며 첫 방문지를 여수를 택했다. 이때만 해도 여수세계박람회를 정부와 여당이 성공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노라며 큰소리를 치고 갔다. 이에 여수 시민을 비롯한 지역민들은 안심을 하고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 국토해양부의 여수세계박람회 관련 SOC 내년 예산이 필요예산보다 반토막 난 채 책정되어 또 다시 성공개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여수박람회 관련 주요 SOC사업을 애초 완공시기에 맞추려면 내년 예산으로 1조6천283억 원(민자제외)이 필요하지만, 예산 편성안은 7천381억 원이 부족한 8천902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2010년 완공 예정이었던 전주∼광양, 목포∼광양고속도로는 2년이 늦은 2012년 완공 계획으로 늦춰지게 됐다.
이뿐만 아니다. 2011년 여수∼순천간 국도가 2012년으로 1년 연장됐고, 2012년 완공예정인 우두∼덕양 국도 역시 2013년으로 1년 연장됐다. 영남∼적금, 돌산∼화태 연도교 역시 2012년에서 2013년으로 1년 연장됐으며 화양∼소라 국가지원지방도로는 2010년에서 2012년으로 1년이 연장됐다. 또 여수 산단 진입도로, 전북 익산∼여수 간 전라선 철도사업, 순천∼여수 철도, 동순천∼광양 철도사업 등도 애초 공사기간까지는 맞추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답답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대통령까지 나서서 성공개최를 다짐하는 등으로 인해 한창 고무적인 여수엑스포 상승세는 결국 예산 부족 이유로 좌절감마저 드는 느낌이다. 성공개최를 위해서는 SOC 확충망이 시급히 완료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예산 배정은 어처구니없다. 4대강 살리기 예산 때문에 여수엑스포 예산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의 수자원예산 중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은 6조7000억 원으로 올해 8320억 원보다 무려 705%나 급증했다. 여수엑스포와 비교하면 상상도 못할 수치다. 이로 인해 국가 전반적인 도로, 철도 등 SOC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4대강 살리기는 찬성과 반대가 분분한 사업이지만 여수엑스포는 세계적인 약속으로 국가적 망신을 도출해내면 절대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 등의 지원이 반토막이라는 것은 기가 막힐 일이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수차례 여수엑스포의 차질 없는 성공개최를 약속했지만 거짓말 약속이라는 결론 밖에 내릴 수 없다. 정부 여당, 대통령까지 여수에 내려오면 모두가 다 한목소리로 성공개최 운운하며 지역민들을 호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정치꾼들의 말을 죄다 믿는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마는 해도 너무한 처사들로 인해 실망과 좌절을 지역민들이 안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민생 첫 탐방지로 여수를 방문했을 때도 말이 많았다. ‘여수 엑스포 시민 포럼’과 전교조 여수지회 소속 교사 등은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여수 방문에 맞춰 시청 앞에 모여 “박람회를 이용한 허울뿐인 민생 탐방에 여수 시민이 분노한다”고 한나라당을 정면으로 규탄했다. 또 ‘여수 엑스포 시민 포럼’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예산 22조 원에는 여수 박람회 SOC 예산도 쪼개져 들어가 있다”며 “박람회 명운이 걸린 여수지역과 시민들을 볼모로 날치기 정국을 면피하고 호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여수 시민들의 이런 주장이 이번 반쪽 예산 편성으로 인해 딱 들어맞은 셈이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사실 이날 방문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당은 성공을 위해 약속을 지킬 것이다”라고만 말을 했을 뿐 구체적인 예산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 ‘호남의 마음을 사고 싶다’는 등 인사성 발언만 하고 갔다. 실속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언가 확실한 예산 증액 건을 가지고 왔어야 했다. 그래야 여수를 포함한 지역민들이 ‘민생정치’를 수용할 수 있었지 않겠는가? 정부를 믿고 엑스포 준비를 착실히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치레성 방문을 했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를 두고 지역민들은 이제는 더 이상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여수를 방문하지 말아달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이번 예산안 편성을 놓고 볼 때 그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을 정부와 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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