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합성수지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10개 석유화학업체가 가격 담합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1994년부터 무려 11년 동안이나 이런 행위를 계속해오다 꼬리가 잡힌 것이다. 공정위가 추산하는 소비자 피해액만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밀가루, 세제회사들의 담합에 이어 또 이처럼 대규모 담합이 적발된 것은 우리 시장 곳곳에 담합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만연돼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다. 이들이 매달 사장단회의와 임원회의를 열어 제품 가격을 결정하고 다음달에는 전달에 합의한 판매 가격이 잘 지켜졌는지 점검까지 해온 것을 보면 이들이 과연 공정거래법의 존재를 의식하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담합은 자유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공정경쟁 질서를 깨는 이러한 행위를 가장 죄질(罪質)이 나쁜 기업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해오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들어 담합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 조사를 강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우리 기업들은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 소비자보다는 기업 보호 쪽에 중점을 두어온 과거의 정책적 패러다임에 여전히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정부에도 일정 책임이 있다.
미국은 가격 담합으로 인한 피해액의 2배를 벌금으로 물린다. 이번 석유화학업계 담합이 미국에서 걸렸으면 최대 3조원의 벌금을 물고 대부분의 기업이 문을 닫게 됐을 것이다. 우선 시장 실태 및 담합 조사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외없이 과징금을 무겁게 물리고 관련자의 형사처벌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돈으로 때울 수 있다는 생각부터 바꾸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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