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秋夕)이 내달 3일이다. 해마다 추석이면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소박한 소망을 누구나 갖는다. 추석 풍속은 현대 사회에 있어서도 그 의미가 크며 추석은 분산된 가족들이 모이는 계기가 되고 화목을 다지는 구실을 하고 있다.
이에 추석을 한가위·중추절이라고 불렀다. 추석에 대한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삼국사기 문헌에 신라 유리왕 9년 나라 안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한 달 동안 베를 짜게 하고 마지막 8월15일에 승부의 판정이 나면 진편에서 이긴 편에 음식을 대접하는데서 유래된 것이 한가위라는 설도 있다.
추석에는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을 빚으며 새 옷이나 깨끗이 손질된 옷을 입는데 이것을 추석빔이라고 하며, 추석날 아침에는 추석빔을 입고 차례를 지낸다.
제수는 햅쌀로 만든 메·떡·술 등과 오색 햇과일로 마련하는데 이것을 천신(薦新)이라 한다. 차례를 지내고 모인 사람들이 음복(飮福)한 뒤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省墓)한다. 성묘에 앞서 벌초는 추석전일부터 한달 사이에 보통 미리 끝내 두거나 성묘 때 함께 한다. 또한 우리의 지난 추석은 오랫동안 떨어져 생활하던 일가친척을 만나고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고 조상에게 한 해 동안 농사지으며 정성껏 마련한 음식으로 제를 올리며 내년에도 풍년을 가져오게 해 달라고 기원하는 뜻있는 날이었다.
그러기에 추석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늘 새롭고 두근거림 그 자체였다. 부모님과 함께 장이 서는 읍내에 나가 장구경도 하고 장터골목에서 국밥 한 그릇 얻어먹고 시장구경을 하면 하루해가 짧았다.
십 여리 길을 걸어서 와야 하지만 그 길이 멀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새로운 도시의 물건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날이고 보니 추석대목을 앞두고 매일 추석 장날을 기대하며 꿈꾸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소중한 그리움이었고 정이 묻어나는 그런 날이었기에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나를 흥분시킨다.
그러나 현재의 추석은 그냥 노는 날 쯤으로 인식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추석날 집안에 형제들이 모여도 가족끼리 차례를 지낸 뒤 성묘가 끝나면 처갓집으로 떠나버리고, 추석날 친구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며 안부조차 물을 수 없는 것이 요즈음의 추석 풍경도다.
또 제사도 호텔이나 콘도에서 지내며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많아졌고, 전 국민의 이동으로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돼 버리자 이제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찾아 고향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경향도 크게 늘고 있다. 추석을 명절로 인식하고 즐기되 철저하게 개인주의 편의주의가 돼 버린 가운데 실리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힘에 눌려 자꾸만 우리의 고유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후손들에게 조상들이 물려준 그러한 아름다운 전통을 물려줄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 현대를 사는 우리의 책임이다. 물질의 풍요보다 정신의 풍요가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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