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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핵·개방 정책 바꿔야 |
2009년09월28일(Mon) |
| 이준구<주필, 시인> |
이명박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가진 미국 외교협회(CFR)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과의 통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통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한이 화평(和平)하게 지내는 일, 그리고 북한의 경제적 상황이 더 향상되도록 하는 일”이라며 “지금은 남북의 격차가 너무 커 힘들고 북한의 경제 상황이 좋아져야 통일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150만 군대가 있고, 한국은 60만 군대가 있는데, 남·북한이 양쪽에서 쓰고 있는 국방비를 절약할 수 있으면 남·북한 국민들의 삶의 질이 굉장히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평화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통일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고, 통일비용의 부담을 줄이려면 남한이 북한경제가 일정한 수준에 올라오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들은 북한을 자극할까 봐 통일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 없었고, 이 대통령도 지금껏 통일이란 단어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이 이 대통령의 말에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통일이 우리가 원하는 때에 맞춰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통일의 계기는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때에 우리의 구상이나 계획을 뛰어 넘는 방식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다가오는 기회의 여신의 얼굴을 보고 통일을 맞이하느냐, 그런 기회를 놓치고 스쳐 지나가버린 기회의 여신의 뒷모습을 뒤돌아 보고 후회의 한숨을 쉬느냐에 따라 민족의 운명과 역사가 바뀔 것이다.
따라서 통일 준비는 닥쳐올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또 불필요하게 상대를 지극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 간 경제 격차가 너무 벌어져서 통일이 힘들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지원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비핵·개방·3000구상’을 뒤집어보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정도는 돼야 통일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예멘처럼 무력통일은 결코 원치 않는다.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원한다. 또 동서독 같은 계획 없는 통일이 아니라, 우리는 항상 통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이는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나 핵 문제는 북한의 많은 문제 가운데 하나이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핵을 없앤다고 해도 본질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쿠바를 제외한 모든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하거나 변화됐지만, 북한이 중국과 한국,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개혁·개방 없이 버티는 힘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가져서가 아니다.
김정일 체제 유지의 핵심은 ‘강제수용소’에 있다. 스탈린의 시베리아 수용소나 마오쩌둥(모택동)의 라오가이 수용소도 있었지만, 북의 강제 수용소에 비견할 것은 히틀러의 아우슈비츠다.
전쟁도 아닌 평화시기에 인민을 300만이나 굶겨 죽이고도 무너지지 않는 김정일 정권의 힘 역시 바로 ‘강제수용소’에 있다. 20만~30만에 가까운 정치범들이 그 가족과 함께 끌려와 체계적으로 학살당하는 끔찍한 수용소는 노동당 비서조차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황모 전 노동당 비서는 “당 고위간부들도 집안에서도 마음 놓고 말을 못했다. 도청장치가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중요한 이야기는 밖에서 하곤 했다”고 말했다.
지금 국제사회가 김정일의 야만적인 인간 대학살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실상 범죄에 가까운 문제다. 1만7000명의 탈북자가 정치범 수용소의 심각성을 목이 터지도록 고발하고 있어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그 어떤 국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동족인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조차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한국은 북한이 골육상쟁(骨肉相爭)의 동족임을 십분 인식해야 한다.
앞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들이더라도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 없이 상황 관리에 치우치지 않도록 전략적 목표와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북한 책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MB 정부는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와 인도적 지원 등 남북관계를 풀려는 기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 당국은 비핵·개방 정책을 바꿔야 한다. 이번과 같은 일괄타결안은 현실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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