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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수철에 평가되는 인생의 삶 |
2009년09월29일(Tue) |
| 정기연<논설실장> |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며 풍성한 수확의 즐거움을 농경문화에서는 맛보게 된다. 봄에 씨 뿌리고 가꾼 결과에 대한 자체평가를 받는 계절이기도 하다. 요즈음 농촌에 가보면 들판은 벼가 누렇게 익어 가고 있고 과일들은 탐스럽게 익어 수확을 앞두고 있다. 논밭의 곡식과 과일을 보면서 농민들은 결과에 대한 자평 타평의 평가를 받게 된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평가를 받으면서 살다가 죽는다. 농촌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고를 때도 상, 중, 하로 구분 평가해서 포장하는데, 농사를 지은 농사 군을 예부터 세 부류로 구분하여 하농(下農) 중농(中農) 상농(上農)이라 분류 평가했다. 하농이란 농사를 짓되 게을러 알곡 농사보다 잡초 농사를 짓는 일군을 일컫는다.
중농이란 부지런하여 논과 밭에서 잡초를 제하고 알곡 농사를 알차게 짓는 농사꾼을 말하고, 상농이란 곡식을 가꾸기 전에 먼저 농사의 근본이 되는 땅을 기름지게 가꾸고 새로운 농사방법을 받아들여 농사하는 앞서가는 농사꾼을 일컫는다. 따라서 좋은 농산물은 상농이 지은 농작물이 주종을 이룬다.
옛날 농촌마을에서는 어느 집안과 혼사를 맺을 때에 상대 집안이 경작하는 논밭을 먼저 둘러보고 혼사를 결정하곤 하였다. 그 집안이 가꾸는 논밭에 잡초가 그득하면 그 집은 하농 집안이라 여겨 혼사를 맺지 않았다. 하농 집안에 딸을 시집보냈다가는 얻어먹으러 다닐 처지가 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농은 게으르고 열정이 부족한 농민이고 하급 인생이다. 중농은 열심히 일은 하는데 새로운 농업정보에 뒤떨어진 농민이다. 삼농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농가는 물론 상농이다. 상농인 농가는 가을걷이가 끝나면서부터 다음 해 농사 준비를 시작한다. 이랑을 깊이 갈고 두엄을 넉넉히 넣는다. 새로운 농사정보를 연구하고 받아들인다. 다른 농사꾼들은 농한기(農閑期)라 하여 화투놀이나 윷놀이에 몰두하는 동안 상농 집안은 논밭의 땅심을 북돋워 주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
그렇게 땅이 잘 가꾸어 지게 되면 다음 해의 농사는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인생만사는 서로 통하게 되어서 농사에 통하는 평가의 원리가 정치에도 기업경영에도 학문에도 그리고 심지어 신앙생활에도 두루 통하는 원리임을 알게 된다. 농사에 하농, 중농, 상농이 있듯이 학문에도 하학, 중학, 상학이 있다.
말하자면 하학(下學)이란 학문을 익히되 자기 자신의 공명을 얻기에만 급급하여 사회에는 해를 끼치는 학문이라 할 것이다. 중학(中學)이란 기껏해야 자기 한 몸을 다스리기에 족한 학문일 것이다. 그러나 상학(上學)이란 자신의 학문이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주는 학문일 것이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의 학문하는 이들을 살펴보면 상학은 드물고 중학이 많은데다 개중에는 하학하는 이들이 득세하는 모습이 눈에 뜨이는 것 같아 자못 염려스러운 바가 깊다. 그러기에 학문하는 풍토에 하학을 없애고 상학을 높여나가는 길이 시대적인 과제라 여겨진다. 이점에서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농사에 삼농이 있고 학문에 삼학이 있듯이 정치에도 삼정(三政)이 있다. 정치가들이 자기 한 몸이나 자신이 속한 패거리의 이익추구에 머물게 될 때에 그 사람들이 연출하는 정치는 국민들에게 공해(公害)를 일으키는 하정(下政)이 된다. 정치가들이 자기 몫을 챙기기에 머물고 국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지 못할 때에 그 정치는 중정(中政)이 된다. 이에 비하여 정치가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에 앞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앞세우고 국가와 겨레의 발전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면 그런 정치가들이 이끌어 가는 정치는 상정(上政)이 된다. 역사적으로 세종대왕시대에는 황희정승을 비롯한 상정의 정치가가 많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농작물이 상품 중품 하품으로 분류평가 되듯이 정치가가 정치에서 물러 날 때 그동안 실적을 가지고 국민의 평가를 받게 된다. 정치가는 상정을 펼쳐서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보다 발전된 사회를 만든 공로자로 평가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가 하정은 물론 중정의 수준에서 벗어나 진정한 상정의 정치로 나아가게 되기를 국민은 간절히 소망한다.
풍성한 가을 들판을 보면서 들판의 농작물을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기에 앞서 우리 인생을 뒤돌아보고 경제에서는 상농처럼 지혜롭고 근면한 기초를 튼튼히 다져 가는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며, 교육현장에는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고 가르치는 목적을 상학에 두고 능률적인 교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상농은 지혜롭고 근면하며 미래지향적 사고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풍요로운 가을 들판을 보면 우리 농촌이 하농은 없어지고 상농이 우리 농촌의 주축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우리인생의 가을도 상농의 평가를 받는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앞서가는 상농의 지혜를 본받아 산업을 일으키고, 능률적인 상학교육을 하며, 상정의 바른 정치를 하여 자랑스러운 선진국을 만들어야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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