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참전했던 보람을 느낍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유엔군 용사들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미국 6선 하원의원 출신인 로버트 가르시아씨는 2년 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참혹했던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발전을 이룬 한국은 신의 선택을 받은 축복의 땅”이라고 감격의 메시지를 남겼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표적인 성공국가로 꼽을 정도가 됐으니 우리의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1960년대까지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지난달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게 돼 24번째 회원국이 된다. DAC는 형편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에 유무상 원조를 하는 국제포럼이다. DAC는 ‘진짜 선진국 클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개도국 시절 한국의 개발협력 사업을 시행했던 유엔개발계획(UNDP) 주한사무소가 문을 닫고, 개도국 지원을 위한 서울정책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한 한국에 다른 개도국들은 부러움의 눈길을 보낸다.
한국이 높아진 경제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국가 이미지가 낮았던 것은 원조에 인색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계 13위의 경제규모에 비해 2008년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비중은 0.09%로 OECD 평균 0.30%에 크게 못 미친다.
ODA 중에서도 ‘조건 없는 원조’ 비율은 DAC 회원국 평균이 90%인 데 비해 한국은 25%에 불과하다. 반면에 우리가 지원한 국가는 127개국에 이른다.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적은 돈을 가급적 많은 나라에 나눠준 것이다.
베푸는 만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국민의 자긍심과 함께 올라간다. 국내에서도 돈 쓸 데가 많고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있지만 한국의 해외원조는 다른 선진국과는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가 단기간에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깜짝 변신한 경험을 개도국에 전하는 일은 의미 있는 선물이다. DAC 가입 이후 경제개발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수해 주는 사업은 다른 선진국이 따라오기 어려운 원조일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그 과정에서 해외로부터 막대한 원조가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1945년부터 90년대 후반까지 우리가 받은 해외원조는 127억 달러, 현재 가치로는 약 600억 달러(70조원)에 달한다. 이제 그 빚을 본격적으로 갚을 때가 된 것이다.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이 제공하는 원조의 이상과 원칙에 동의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이 제공하는 원조에 국민의 정성이 담기고 그래야 받는 국민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된다.
헬렌 클라크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는 지난달 23일 “한국은 자신의 발전 경험을 다른 개도국에 널리 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나라들은 무엇보다 원조 규모의 확대를 희망하겠지만 한국이 일궈낸 정치·경제적 성공의 노하우(know-how)와 그런 노하우로 나라를 이끌어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경제국가로 한국을 올려놓은 국가 차원의 꿈도 함께 나누길 바랄 것이다. 원조가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에 도움이 되려면 양자를 맺어주는 이상과 꿈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베푸는 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커지고 그에 따른 상승효과는 단순 셈법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외교안보적으로 국제사회와의 연관성이 어느 나라보다 큰 나라다. 대외원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서도 개선할 대목이 적잖다. 원조를 늘리는 만큼 국격도 함께 높일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
.jpg)
 (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