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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 예방 교육’ 해야 / 이준구(주필, 시인) |
2007년03월05일(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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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를 맞아 대학들이 ‘표절과의 전쟁’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고무적 현상이다. 그것은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마광수 연세대 교수 등 지도급 인사들의 표절 시비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표절(剽竊)이란 남의 작품을 훔쳐 제가 지은 것처럼 발표함으로써 발생하는 양자 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부도덕하고 위법한 도둑인 것이다.
표절은 절박함에서 비롯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참조’만 하려는 좋은 의도로 남의 저작물을 보다가 시간에 쫓기면 절박한 심정이 되어 과제를 쉽게 해결하려고 도덕적 경계선을 넘는다.
그런데 모든 사회에서는 창작물에 대해 인정, 보수 또는 명예 등의 대가(代價)를 지불한다. 회사 직원이 보고서를 제출하고 인정을 받는 일, 기업이 신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는 일, 가수가 신곡을 불러 인기를 누리는 일, 교수가 논문을 써서 업적으로 인정받는 일 등이 창작에 대한 대가다. 따라서 오늘의 우리 지식사회(知識社會)에서는 반드시 창작을 인정, 보호해야 한다. 공정한 보상체계가 확립돼야 부정직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직성과 창의력이 가치 있는 생산자원이 되는 사회이며, 윤리기준마저 국경을 넘어 통용되는 세계화 시대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표절을 물리치는 것은 우리나라를 한 걸음 더 선진화(先進化)하기 위한 당면 과제라고 여겨진다. 대학에 이른 바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을 알면 도에 가깝다”라는 ‘지소선후(知所先後), 즉근도의(則近道矣)’가 그것이다. 이는 모든 행동의 준칙이다.
이 전 총장의 표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고려대는 교무처 교원윤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무엇이 표절인가’에 대해 상세한 기준을 담은 ‘표절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을 벌여 지난달 초안을 만들었고 새 학기 시작되는 이달 최종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중순부터 준비한 표절 가이드라인을 금년 상반기 안에 마무리한다. 정말 잘 하는 일이다.
한국외국어대는 이달 ‘연구 윤리 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팀’을 발족시킬 계획이며 숭실대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모두 선견지명이다.
일반적인 교원 윤리와 별도로 표절 문제만을 따로 다루는 위원회를 설립하는 대학도 잇따르고 있다. 연세대가 1월 초 ‘연구진실성 위원회’를 설치한 것을 비롯해 경희대 한양대 중앙대 등이 같은 성격의 위원회를 만들었다.
선진국들은 표절을 비롯한 연구 부정행위의 심각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발전시켜 왔다. 최근에는 연구 부정행위를 고발하고 조사하는 차원을 넘어 사전 예방과 교육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표절에 대응해 관련 제도를 정비한 나라는 미국인 것이다.
미국은 잇따른 연구 부정사건을 계기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이를 조사하는 절차를 연방기관별로 마련해 왔다. 이는 2000년 12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연방지침(FPRM)’을 발표하면서 완성됐다.
FPRM은 날조, 변조, 표절을 연구 부정행위로 정의하고 성립요건, 처리절차, 사후관리 대책까지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제기된 부정의혹은 ‘탐문→조사→판결→항소’의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검증하도록 했다.
유럽 국가들도 선진적인 연구윤리제도를 갖추고 있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부정행위를 넓게 정의해 ‘부정직성’이란 용어를 쓰며 조사와 처벌보다는 훌륭한 연구를 장려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1992년 ‘과학부정직성위원회’를 만든 덴마크가 대표적이며 뒤이어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도 연구윤리에 대한 국가위원회를 발족했다.
독일도 1997년 대형 연구부정 사건이 발생한 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기초연구 기관을 총괄하는 막스플랑크연합회(MPG)는 1997년 11월 부정행위 조사절차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고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기관은 연구비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영국에서는 1998년 과학기술청과 8개 연구지원기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바람직한 연구수행을 위한 보호조항’이 표준 규정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할 필요성이 제기돼 2005년 독립기구인 ‘보건 및 생의학 연구윤리를 위한 국가위원회’가 탄생했다.
우리 모두가 표절은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임을 십분 인식해야 한다. 학문의 양심(良心)을 바로 잡고 표절추방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반드시 국내 초·중고 학생들에게 표절의 심각성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표절은 범죄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지도층 인사가 범한 표절은 예외 없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문명사회에서 리더가 누리는 명예와 명성은 이들이 지켜야 할 윤리 도덕과 병행하는 까닭이다.
당국은 하루 속히 ‘표절 예방 노하우’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대학 표절 추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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