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정밀 감식 진행…방화 가능성도 조사중
사찰 건물 8개동 가운데 대웅전 등 3개 잿더미
지난 20일 오전 전남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잿더미로 변한 대웅전의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일출 명소이자 전남도 문화재자료 제40호인 향일암은 이날 새벽 0시24분께 불이나 대웅전과 종무실, 종각 등이 전소됐다.
전남 여수 향일암 화재사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감식이 진행됐다.
21일 전남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전소된 향일암 대웅전 등 정밀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으며 이날 오전 국과수의 현장확인 작업이 벌어졌다.
국과수는 우선 불이 나기 전 사찰 승려와 신도들이 기도를 마치고 떠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이어 기도를 마치고 전등과 촛불 등을 껐다는 사찰 승려와 신도들의 진술을 토대로 최초 발화 지점 등을 조사하게 된다.
승려와 신도들은 “분명히 촛불을 껐으며 불이 나기 전 대웅전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 때도 이상없었다”며 “외부 방화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과수는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화재 현장에 유류나 인화성 물질이 섞여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또 누전에 의한 화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촛불이나 타다 남은 향에 의한 발화 가능성도 열어 뒀다.
하지만 최초 발화지점으로 확인된 대웅전이 전소돼 잿더미만 남아 정확한 화재원인이 드러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현장에서 불을 끈 소방관들은 건물이 전소됐을 경우 화재 원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수경찰서는 국과수의 정밀감식결과에서 최초 발화지점을 비롯해 방화 여부 등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국과수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불이 난 시각은 지난 20일 자정 무렵이며 최초 119신고는 0시24분께 이뤄졌고, 군내지역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0시45분께. 발화에서 첫 진화까지 불과 40분 남짓 지나는 사이 사찰 건물 8개동 가운데 대웅전(51㎡), 종무실(27㎡), 종각(16.5㎡) 등 3개동이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불은 3시간여만에 완전 진화됐고, 소방서 추산 5억9천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대웅전 안에 있던 청동불상과 탱화 등도 함께 소실돼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화재 당시 사찰에는 스님과 신도 등 16명이 있었으나 3시간전 기도를 모두 끝낸 상태에서 화재 직후 긴급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화재 이후 잔불 정리에 나섰던 마을 주민 1명이 무너진 바위에 깔리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항일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화엄사 말사이다. 서기 659년(의자왕 19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국내 4대 관음기도도량 중 하나다.
1984년 2월 전남도 문화재자료 제40호로 지정됐으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해 연간 60만명의 관광객과 참배객이 찾고 있다. 특히 대웅전은 2007년 12월 새로 지어진 뒤 올해 상반기 내·외부를 황금으로 단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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