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선거전이란 말 그대로 상대방의 부정적 측면을 집중 부각하는 선거전략이다. 정치인들은 근소한 접전이 벌어질 때, 상대방보다 열세이거나 지명도가 낮을 때, 상대가 약점을 갖고 있다는 확증이 있을 때 흔히 네거티브 쪽에 솔깃한다. 네거티브만큼 효과 있는 선거전략도 없다지만, 그런 전략을 쓴 쪽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5년 전 대한민국 대선은 네거티브 전략이 단단히 재미를 본 선거로 정치사에 남을 만하다.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한 ‘병풍’부터 ‘기절초풍’(기양건설 자금 수수설)까지 다양한 폭로전이 이어졌지만 나중에 모두 근거 없는 일로 판명됐다. 올해엔 일찌감치 한나라당 안에서부터 ‘검증’을 둘러싼 폭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압도적인 상황이어서 생기는 현상 아닌가 싶다. 유권자들로선 갈 길 먼 선거날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플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 정인봉 변호사가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상대로 벌여온 검증 폭로전이 ‘점입가경’이다. 이 전시장과 관련해 중대 폭로가 있다고 바람을 잡아온 정 변호사의 자료는 당 경선준비위원회로부터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15대 총선 당시 이 전시장의 선거법 위반과 비서관 해외 도피 혐의에 대한 법원 판결문과 언론의 기사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유력 대선주자의 검증 문제이기에 ‘당연한 관심’을 가졌던 유권자들로선 농단당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상황은 그러나 이 전시장이 도피시켰던 김유찬 비서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의혹을 폭로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 비서관은 “이 전시장측이 공판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사하면서 대가로 1억2000여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2년에 걸쳐 공판이 열릴 때마다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서 위증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파렴치한 범죄 행위다. 이 전시장 측은 “전형적인 김대업 수법”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현재로선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제기된 의혹에 대한 검증은 엄정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대선주자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검증이 음습한 정치공작의 수단으로 이용돼서도 안되지만, 검증 요구를 무작정 네거티브 공세라고 회피하는 것 또한 온당치 못하다. 그런 점에서 김유찬씨의 기자회견 내용은 철저한 검증이 행해져야 한다. 이 전시장 측도 ‘김대업식’이라는 판에 박힌 대응을 할 게 아니라 보다 직접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김유찬씨가 제기한 의혹이 허위나 흑색선전으로 밝혀진다면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이다.
사태를 이렇게 악화시킨 것은 당 지도부다. 정 변호사나 김씨의 폭로설은 당내에 퍼져 있었다. 그때부터 중앙당이 적극적으로 나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력 후보 사이에 끼여 눈치만 보며 사태를 방치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앞으로 이런 일은 수없이 반복될 수 있다.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후보 간 신경전도 더 날카로워지고, 무모한 충성분자의 돌출행동도 있을 수 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결국 갈라설 것’이라는 여론조사 응답이 작년 12월엔 37.7%(중앙리서치), 지난 1월엔 51.6%(미디어 리서치), 지난 21일엔 60.3%(월드리서치)로 점점 높아져만 간다. 지금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하는 행동을 보니 그들의 입에서 나온 경선 승복 약속을 믿기 힘들다는 뜻이다.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JPG)
1.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