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들의 대표자를 뽑는 조합장 선거가 각종 비리로 얼룩지면서 ‘사법적 단죄’도 끊이질 않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만 최근 한달새 4명이 당선무효형으로 줄낙마할 위기에 처했다. 무소불위 권한은 줄이고, 단속은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달새 4명 줄줄이 당선무효형
광주지법 형사4단독 김승휘 판사는 13일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기소된 광주 S농협 조합장 박모씨(55)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이면 당선무효형에 해당된다.
지난해 6월 당선된 박씨는 2008년 11월 광주 모 병원에서 조합원에게 20만원을 주는 등 8명에게 80만원을 건넸거나 주려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번 판결로 이 농협에서는 최근 3차례 연속 조합장이 금품선거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는 오명을 안게 됐다.
앞서 영광군 G농협 조합장 김모씨(55)도 선거 3개월 전인 지난해 1월 영광군 한 조합원의 집에서 5만원짜리 굴비세트를 주는 등 조합원 9명에게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사실상 아웃될 위기에 놓였다.
또 Y수협 조합장 김모씨(49)도 조합원 2명에게 50만원씩 줬다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2월에는 조합원 6명에게 축의금으로 모두 30만원을 준 화순 D농협 조합장 서모씨(61)가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들 이외에도 현재 농·수·축협 임원선거와 관련해 수사나 재판이 진행중인 곳이 상당수에 달해 금품선거에 대한 사법적 철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법원 안팎의 전망이다.
광주지검 공안부는 앞서 지난해 하반기 농협 임원선거 과정에서 돈 봉투를 뿌린 조합장 당선자 등 34명을 적발해 7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적발된 부정선거 사범을 유형별로 보면 금품 제공이 18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금품수수(12명), 후보자 매수(4명) 순이다. 이번 구속자수는 올 들어 검찰이 전국 농·수·축협 임원선거와 관련해 구속한 인원(22명)의 31.8%에 이른다.
▲잇단 비리 왜-“제왕적 권한 탓”
“조합장의 권한은 말 그대로 제왕”이라는 게 조합원들의 대체적 견해다. 농·수·축협 가릴 것 없다.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조합장 선거를 둘러싼 불·탈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 7월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관리하고 있지만 돈 선거 등 ‘부정의 사슬’은 좀처럼 끊기질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조합장이 누리는 무소불위의 특권 때문. 대다수 조합장이 기본적으로 억대 연봉을 챙길 수 있는 데다 각종 경조사비 지출이나 업무추진비도 재량껏 사용이 가능하다.
차량과 운전기사 등 인적, 물적 지원도 만만찮고, 특히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조합장은 웬만한 기관장 못잖은 권력을 행사했다.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출마를 위한 디딤돌로 삼는 경우도 적잖다.
결국 막강한 권한과 명예 때문에 돈선거는 관행화됐고, 이로 인해 당선 후 ‘뿌린 돈’을 거둬들이기 위한 부정 특혜 대출이나 인사 비리가 생길 수 밖에 없어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 관계자는 “조합장 선거에서의 불법 매표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권한 분산과 단속 강화가 당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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