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날씨와 함께 봄비 같은 겨울비로 전국을 촉촉이 적셨던 지난 20일은 이십사절기의 하나인 대한(大寒)이었다.
대한은 소한(小寒)과 입춘(立春) 사이에 들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300도에 이른 한 해의 가장 추운 때로 옛날 속담에 의하면 ‘대한 끝에 양춘이 있다’고 했다. 이는 어렵고 괴로운 일을 겪고 나면 즐겁고 좋은 일도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세상의 일은 돌고 도는 것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일 것이다.
그러나 포근했던 대한과는 달리 그동안은 새해 벽두부터 몰아친 한파가 연일 계속되었고 유례없는 폭설까지 내려 온 나라를 마비시키면서 일기예보에선 ‘기상관측 이래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였다. 각 매스컴에서는 연일 세계적인 이상기후가 보도되면서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남반구의 모습과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 주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동장군이 물러간듯한 포근한 날씨도 잠깐이고 다시 한 두번 추위가 닥칠거라고 한다. 겨울이야 추운 게 당연하다지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에는 서민들에게는 난방비등 걱정거리가 너무 많다.
날씨가 추워지는 날엔 다음 달 가스비가 얼마나 나올 런지 노심초사이다. 기름보일러에 비하면 조금 나은 편이지만 가뜩이나 작년보다 가격도 올랐다. 그렇다고 어느 집들처럼 독한 마음먹고 전기매트만 켠 채로 떨고 있을 수만도 없는 날씨다.
추워진 날씨 탓에 전기사용량은 십 수 년 만에 한여름을 앞질렀다는 최근 뉴스거리였다. 비싼 석유를 쓰지 않아도 되는 전기 난방기구들이 불티나게 팔린 결과로 추억 속에서 세월에 묻혀버린 줄 알았던 연탄도 어느새 다시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탄재의 모습으로 익숙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를 보니 우리나라 내복 입는 인구가 74%가 넘어서 2년 전보다 10%가 늘어났다고 한다. 내복 착용만으로도 체감온도가 3도가 올라가고 겨울철 건조해지기 쉬운 피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오히려 이젠 좀 더 당당하게 입어보자. 겨울엔 역시 따뜻한 게 제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종이 생산을 위해 하루에 베어지는 나무가 1천200만 그루라고 한다. 당연히 그만큼 지구의 이산화탄소 처리능력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거기다 종이를 만들면서 생기는 온실가스는 어떤 산업에 비추어도 적지 않은 양이다. 다 쓴 종이를 태울 때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심지어 폐기한다고 땅에 묻으면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온실가스 효과가 높은 메탄이 발생한다.
결국 종이가 숲을 잡아먹고 그만큼 지구온난화에 이바지 하고 있는 셈으로 겨울이야기 하다가 웬 종이 타령이냐 싶겠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겨울의 모습은 이 종이이야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류가 무지막지하게 사용해왔고 오늘도 사용하고 있는 각종 화석연료와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가스, 전기, 그리고 종이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겨울을 바꾸어 놓고 있다고 하면 너무 앞서간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대로 가면 앞으로 다가올 겨울풍경의 변화는 그저 난방비 문제, 폭설로 인한 피해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건 분명한 것 같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실천은 그리 많지 않다. 일단 당장은 내복도 더 열심히 챙겨 입고 종이도 좀 덜 써야겠다는 다짐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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