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대지진 재앙과 국제사회의 구호 노력이 세계 언론의 톱뉴스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다. 그것은 국제사회가 카리브 해의 작은 섬나라, 보잘것없는 변방국가의 재난에 동정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류 공통의 연민과 우애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약한 나라의 불행일수록 너그러운 인도적 지원을 베푸는 것은 진정한 나라의 크기와 아량을 가늠하는 척도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호와 지원에 나선 것을 환영한다. 자고로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인정이 많고 사랑이 넘친다.
아이티의 참상은 사망 20만명에 이재민 300만명, 식량구호 대상 200만명 등의 수치가 대변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이 수십년 만에 직면한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말했다. 2004년 동남아 지진 해일, 쓰나미보다 참혹한 재앙이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장기 주둔할 정도로 국가 기능이 허약한 것이 최악의 위기를 불렀다. 유비무환의 정신이 없는 나라인 것이다.
국제사회의 적극적 지원은 참상을 차마 지켜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불인지심(不忍之心)’이다.
하지만 미국, 프랑스 등 옛 제국주의 종주국들은 중남미의 독립혁명을 선도한 아이티의 행로에 이해관계가 깊다. 미국이 항공모함과 병력 1만명을 급파해 구호와 치안확보에 나선 것은 상징적이다.
이에 맞서 함정과 병원선을 보낸 프랑스는 구호물자 수송기의 착륙을 막은 미군의 ‘점령’ 의도를 비난해 논란을 벌였다.
이런 다툼보다 주목할 것은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의 움직임이다. EU는 1억4천만유로를 지원한다. 영국은 2천만유로 지원에 민간이 2억3천만유로를 보태기로 했다. 국가 이미지와 품격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우리 한국 정부가 평화유지군 참여를 비롯해 역량에 걸맞은 지원에 나선 것은 큰 나라, 중심국가로 가는 길이다. 참 잘한 일이다.
정부와 민간의 결단을 치하하며 의미깊은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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