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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칼럼-세종시에 민생을 파묻지 말라 |
2010년02월09일(T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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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건설 중에 정운찬 총리의 등장으로 수정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그것은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정치적 대결을 벌이다 민생 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뤄버렸기 때문이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행정도시(세종시) 백지화안을 접고 민생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의원직 사퇴서를 낸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대신해 연설에 나선 이 대표는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하자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고, 포기하자니 권력누수가 걱정되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있다”며 “정운찬 총리 뒤에 숨어 있지 말고 당당히 나서서 수정안을 페기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문제 해결에 전념하라”고 말했다.
전날 정몽준 대표의 박근혜 전 대표 비판 발언에 자극받은 친박계가 지난 3일 일제히 반박에 나선 반면, 친이계 쪽에서는 권태신 총리실장까지 박 전 대표 비판 대열에 합류하는 등 세종시를 둘러싼 대립이 점입가경이었다고 한다.
이야말로 ‘세종시 내전’이 본격화된다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수정안 입법예고를 계기로 여야 사이는 물론 여당 내부까지 완전히 편이 갈린 세종시 문제로 치열한 공방이 계속될 게 뻔하다.
벌써부터 설 연휴를 전후해 수정안 찬성 여론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적극적 대응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이 결국 친박계열과 야당의 반대론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부를 것은 알지만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당장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산더미 같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은 무려 4천808건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농어촌 일자리 창출 관련법, 임금 체권보장법, 카드 수수료 다이어트법, 할부거래(상조피해방지)법, 진폐근로자법 등 서민 보호법안, 성폭력범죄처벌법, 실종아동보호 및 지원법, 영유아보육법 등 취약계층 보호법은 서민들을 애타게 한다.
아이티 안정화 군파병 동의안이나 아프가니스탄 파병법은 시간이 촉박하다. 위헌·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고도 시간만 끌고 있는 법안들도 14개에 이른다.
세종시 문제는 장외에서 서로 비방만 할게 아니라 국회의 틀안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쟁점에 매달려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법안들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된다.
여야는 민생 관련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정치가 민심을 너무나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MB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세종시 수정안을 접고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해야한다. 민심이 곧 천심인 까닭이다. 국회는 하루속히 민에 의한 민을 위한 의정으로 바꿔 신뢰받는 민주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신뢰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도덕력이 되기 때문이다.
공자의 수제자의 한 사람인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의 비결을 물었다. 공자는 식(食)과 병(兵)과 신(信)의 삼대 원리로 대답했다. “먼저 족식(足食), 식(食)을 족하게 하여라, 식량을 충족하게 해 국민의 식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 둘째는 족병(足兵), 병(兵)을 족하게 하여라. 무비(武備)를 강화해 국가의 안보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셋째는 민신지(民信之), 국민이 정부를 믿게 만들어야 한다. 이 세가지가 정치의 근본이다.”
자공은 다시 질문을 했다.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식과 병과 신, 경제력과 국방력과 도덕력, 이 세가지 중에서 하나를 제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는 “병, 즉 무비를 버리라”고 말했다. 자공은 다시 공자에게 물었다. “나머지 둘 중에서 부득이해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먼저 버리겠습니까?” 공자는 대답했다. “식을 버려라. 식을 버리면 사람은 죽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자고 이래로 인간이 면할 수 없다. 국민이 식량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면 국가는 결코 존립할 수 없다.”
국가는 경제력과 국방력과 도덕력의 삼대 기초 위에 서는 것이다. 이 세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제일 중요한가? 중요도의 순서로 볼때 도덕력이 제일 중요하다. 도덕력의 기초 위에 강한 국방력과 부유한 경제력을 건설할 수 있는 까닭이다.
물리적인 힘이나 재화가 비록 막강한다해도 사람의 정신적인 힘을 당해낼 수 없다고 본다. 진정 국력이란 국토나 자원·인구·경제력·군사력 등 여러가지 물리적 역량의 산술종합치만이 아니라,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국가적 이상이나 국민의 상호 신뢰와 의지력 같은 정신적 요소가 얼마나 더 높은 가치로 확대되느냐에 따라 문명국의 뜻은 결정지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은 지나치게도 물리적 가치에만 치중하고 있는 듯 하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적 불신이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정치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신뢰는 인간의 도덕적 자본의 핵심이요, 정수(精粹)요, 대표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중도주의 정치를 해야 한다. 중도주의 정치는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것이요, 생각과 행동이 과부족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이 대통령은 “정즉정야(政則正也)”란 말을 되새겨야 한다. 대체로 정치란 바르게 행한다는 뜻이다. 여야는 정치를 복원해 믿음을 회복하고,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잘 읽어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생활을 살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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