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동안 늙고 병든 아내를 정성스레 돌본 70대 할아버지가 고통받는 아내를 보다 못해 질식사시킨 뒤 스스로도 목을 매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6일 오전 8시10분께 전남 장흥군 장흥읍 예향리 한모씨(75)의 집에서 한씨와 한씨의 부인 위모씨(74·여)가 함께 숨져 있는 것을 한씨의 손자(17·고2)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한군은 “등교 하기 전 문안 인사를 드리러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 집에 들었다가 인기척이 없어 방문을 열어 보니 두 분 모두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한씨는 집안 대들보에 압박붕대로 목을 매 숨져 있었고, 한씨 부인은 방 안에서 콧구멍이 휴지로 막힌 채 질식사한 상태로 누워 있었다.
숨진 한씨 부인의 머리맡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미안하다’고 새겨진 유서가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남편 한씨는 4년 전 아내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뒤 줄곧 아내 주위에서 병수발을 해왔다.
택시기사인 아들과 고교생 손자, 중학생 손녀가 옆집에 살고 있으나, 생업과 학업에 쫓기다 보니 병든 아내의 병치레는 늘 한씨의 몫이었다.
불평 한마디 없이 끼니도 거른 채 아내와 황혼의 고통을 나누던 한씨는 그러나, 스스로도 고령인데다 2년전부터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각종 노인성 질환을 앓으면서 심적 고통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1주일전부터는 위식도 역류증세마저 보였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한씨의 아들은 경찰에서 “병든 부모님에게 효도 한 번 못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시다니 죄스럽고 괴롭다”고 말했다.
한씨 부부가 숨진 6일은 공교롭게도 병원 입원이 예정된 날이었다.
경찰은 ‘평소 부부금슬이 남달랐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한씨가 오랜 병수발로 지친 데다 하나뿐인 자식에게도 짐이 될 것을 우려, 고통받는 아내와 함께 나란히 생을 등진 것이 아닌가보고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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