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사건 발생 26일 만인 6일 사망한 보호외국인을 방화범으로 결론 짓고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등 사건 관련자 9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하지만 경찰은 방화에 따른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생존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데다 방화도구로 추정한 라이터의 반입 경위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여수경찰서는 이날 오전 여수경찰서 회의실에서 수사결과 최종 브리핑을 갖고 여수화재 사건에 대한 발생원인과 사법처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발생한 화재사건은 출입국사무소 3층 보호동 304호실 거실의 TV사물함 앞 바닥에서 불상의 인적 화원에 의해 발생,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미 사망한 중국인 김모씨(39)가 발화된 화재에 가연성 바닥재를 올려놓아 불을 확산시켰으며 다른 외국인들은 모두 잠을 자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공모는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방화에 따른 직접증거는 없으나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라이터와 생존한 외국인들의 진술, CCTV 판독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김씨를 이번 사건의 방화범으로 단정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안 당시 김씨가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면바지를 입고 그 위에 운동복을 겹쳐 입고 있었으며 내복 안쪽에 현금 13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화재의 혼란을 틈타 도주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화재원인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라이터의 반입 경로를 밝혀내지 못했으며 김씨의 범행동기에 대해서도 관련 진술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등 수사의 한계를 보였다.
경찰조사 결과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 상황실장이 부하직원을 대리 근무자로 지정한 채 잠을 자고, 부하직원 또한 인터넷을 하다 화재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근무태만과 늑장대처가 인명구조를 지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근무와 관련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 등 9명을 입건하고 이중 상황실장 임모씨와 직원 오모씨 등 4명에 대해서는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화재 참사 수사 최종결과 발표와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공정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서 협상과정에서 난항이 우려된다.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오후 여수성심병원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모씨(39·사망)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동 3층 방화범으로 몰고 있으나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이 김씨가 방화범이라는 직접 증거 없이 목격자 진술에만 의존한 점 ▲김씨의 범행 동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점 ▲책임자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점 등을 들어 재수사를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경찰이 화재발생 시각에 김씨 혼자 발화지점인 304호실 거실에 있었고 내부에서 발견된 라이터 2개를 정황증거로 채택하고 있지만 목격자 증언의 객관성 부족·라이터 반입 경로 등도 밝히지 못했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경찰이 수사 과정을 일체 비공개로 일관했고 화재로 부상을 입은 생존자들을 조기 출국시키는 등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려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경찰의 전면 재수사 ▲수사공정성 확보를 위해 변호인단 공동조사 참여 ▲CCTV등 주요 수사 자료의 공개 ▲정부정책 책임자 처벌 ▲근본적인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화재 참사 희생자 유족 7명도 정부와 협상과정에서 대책위와 동일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여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대책위는 7일 오후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 동안 자체 조사했던 화재참사 부상자 진술과 설문조사 등을 공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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