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통일·외교·국방부장관이 대응 조치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 냉전세력들이 주장했던 군사적 보복, 서해상 교전 규칙의 공세적 개정을 배제했다. 그 대신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군사적 대결이 아닙니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입니다. 한민족의 공동 번영입니다. 나아가 평화통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천안함 사건 대응이 보복을 위한 보복이나 응징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여준 대목인 것이다. 한 핏줄, 한 민족이라는 도의적(道義的) 측면에서 보더라도 참 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어떤 대북 조치도 한반도 안정과 평화라는 목표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주객전도(主客顚倒)거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 대결이 오래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북쪽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북쪽은 “이명박 정부 임기 기간 일체 당국 사이의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는다”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표현으로 배수진을 쳤다.
이런 태도는 위기를 심화시키고 전쟁 위험성만 높일 뿐 북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북쪽이 개성공단 폐쇄 위협으로 해석될 만한 태도까지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국전쟁 60주년에 즈음해 남북의 시계는 언뜻 60년 전을 가리키고 있다. 정말 이러다 남북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전쟁이 터지는 것은 아닌지, 공연한 기우(杞憂)만은 아닌 상황인 것 같다. 어느 누가 걱정하지 않겠는가.
이제 남북관계는 강대강(强大强)의 충돌과 확전으로 치달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 북한의 행태로 볼때, 말의 위협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과거의 팩트에 근거해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남북관계는 항상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여 왔다. 마냥 위기로 치닫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좋아지지도 않는 한계가 있다. 이 범위는 이른바 포용정책 시기에도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가 포용정책 탓에 남북관계가 좋아진 것처럼 떠들어 착시현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도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이 있었다. 김영삼 정부 때는 정상회담도 예정됐지만 ‘서울 불바다’ 발언도 있었다. 이처럼 남북관계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진동해 왔다. 좋아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남북관계에서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
북쪽 행태는 천안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관련해서도 잘못이다. 북쪽이 자신의 주장대로 천안함 침몰과 무관하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남쪽 조사결과를 반박할 증거를 내놓지 않은 채 날조극이라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대응에만 기댄다면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는 기회조차 봉쇄되는 것임을 북쪽은 알아야 한다. 지금 한반도에는 냉전시기와 같은 대결구도가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MB 정부는 하루속히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은 아직도 시대착오인 냉전(冷戰)식 사고에 빠져 있는 까닭이다. 중국은 북한이 6.25 이후에 저지른 가장 뻔뻔한 군사 침략을 지금까지도 비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어뢰공격이 1953년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의 젊은 수병들의 죽음을 “불행한 사건”이라고 하면 그민인가. 중국이 북한과의 공산주의 동맹 관계에 이처럼 충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하루속히 북쪽의 자금줄을 차단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후속 대응 조치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흐름(Money Flow)을 차단할 수 있는 고강도 금융제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에서는 냉전 시기와 같은 대결 구도가 재현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대립·대결이 이어져서는 남북 모두 피해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 국민 모두 각자의 처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만 지금 한국이 맞닥뜨린 안보 비상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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