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거래때 이자율 상한선을 연 40%로 하는 이자제한법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지난 98년 1월 폐지된 이후 9년 만에 다시 부활한 셈으로 피해구제 문제가 생길 경우 제한이율을 초과한 이자는 무효로 하고 이미 지급한 초과이자에 대해서도 반환청구가 가능하도록 피해구제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 유흥업 종사 여성에 대한 선불금 피해 등도 구제 대상에 포함,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자제한법 적용대상이 개인적 금전거래와 음성적 미등록 사채업자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연 66%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등록 대부업체를 제외함으로써 이자제한법 부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자제한법 부활에 따라 미등록 대부업체들의 등록이 잇따르면 대부업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현재 66% 이상의 고리를 챙기고 있는 등록 대부업체들이 상당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지도·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이같은 이자제한법 부활에 대한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융기관이 얼마나 있느냐는 데 있다.
담보나 안정적인 직업과 재산을 갖고 있는 인보증을 요구하는 1금융권이나 2금융권 등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서민들이 얼마나 될까.
이자제한법이 부활된다고 해도 제도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린 서민들이 불법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이자제한법에 따라 40% 이상 이자를 못주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서민들이 엄청난 고리를 물어가며 불법 사채를 쓰는 이유는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서민들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고리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는 지경에 이르러도 하소연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는 불법 사채업자들의 폭력과 협박으로부터 보호해줄 사회적 장치가 미흡한 연유다.
이자제한법 부활보다 필요한 것은 서민들이 담보나 인·보증 없이도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안금융이나 공적금융이다.
이런 점에서 대출 수익보다 금융기관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근로능력과 자활의사만 있다면 돈을 빌려주는 방글라데시의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민들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 양심만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을 필요로 한다. 그 믿음을 저버릴 서민들은 없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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