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가르침의 유산들은 대부분 현대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값진 교훈이 되고 있지만 또한 버려야 할 쓸모없는 유산도 많다. 버려야 할 잘못된 유산들은 남의 이야기를 잘하는 우리 국민들의 습성이다.
어른들의 술자리에서 친구간의 대화에서 심지어 부녀자들의 모임에서도 화제의 대부분이 그 자리에 맞는 사람에게 비판하거나 험담으로 헐뜯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유독이 우리민족에게 많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정치이야기도 그렇고 사업이야기도 그렇고 가족이야기도 그렇고 친척이야기도 그렇고 심지어는 학문을 생업으로 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도 반드시 어떤 사람들을 화제로 삼으면서 몇 번 목을 비틀었다 놓았다를 손쉽게 하게 된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저의들끼리 모여 놀더라도 좀처럼 남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정치가들은 정치이야기 사업가들은 사업이야기 학자들은 학문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히 주제로 등장하면서 상당히 밝고 건전한 내용인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한국 사람들은 모여 앉아 화제의 대부분 내용이 남을 비방험담으로 메우려는 습성에 빠지고 있을까? 그것은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이시다(石田)가 밝힌 역사적 인자설(因子說)의 관점에서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 보게 된다.
이시다의 역사적 인자설이란 지나간 역사과정에서 각 시대의 특성이 그대로 사회적 성격으로 고착되 개인적인 인성으로 까지 발전된다는 관점으로, 예를 들면 오랜 기간의 식민지 경험은 노예근성을 갖게 만든다든가 장기간 독재정치는 소극성과 수동적 성격을 낳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들이 버려야 할 유산중의 하나인 남의 비방이나 험담 중상모략의 잘못된 습성은 역사적 인자설에서는 그 뿌리가 어디에서 싹이 트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멀리는 조선 500년간의 사색당파 정치풍토에서 가까이에는 일제식민지나 6.25 그리고 4.19, 5.16 등의 바람직스럽지 못했던 사회적 변이라 할 수 있다.
사색당파는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면서 다른 파를 매도하고 무조건적으로 비방함으로써 자파에 대한 충성심을 표시하는 습성과 타성의 젖고 말았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몇백년 전의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웁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권 현실을 볼때 여야는 상대방 정책이나 정견에 대한 대결이 아니라 오히려 개개인의 사생활을 들추고 신상문제로 약점을 찾으려는 지극히 비정치적인 미숙한 수준에 머물 때가 자주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직도 절대 관계에 있는 상대방이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든 자신의 노력으로 그를 따라 잡겠다는 각오보다는 상대방을 비방과 모략으로 자기 아래의 위치까지 끌어내리려는 심리가 여전한 것이다.
성경말씀에는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춘자는 높아지리라 마태복음의 의미는 정반대의 태도라 하겠다. 마태복음 7절에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니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라고 타인의 비방을 될수록 삼가도록 경고하는 비유가 잘 나타나 있는 말씀의 기독교 신도들이 주여 주여 부르짖으면서 누구보다도 시끄럽고 타 종교를 왜 비방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고 자기의 부족한 점을 일반화시키기 위해서는 남의 훌륭한 점을 무시하고 깎아 버림으로서 똑같은 수준으로 만들려고 하는 이기적 본능의 잘못된 고질적 유산을 깨끗이 버려야 한다. 값진 우리의 유산 중에는 친절성과 근면성, 인내심 등의 본받을 좋은 유산으로 밝은 미래사회를 열어가도록 모두 함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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