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발생한 ‘불갑산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5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함평 11사단 민간인학살사건(일명 불갑산 학살) 유족회 소속 회원 17명은 4일 “국가권력의 불법행위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커다란 피해를 봤다”며 지난달 28일 광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유족들이 요구한 보상액은 1인당 7천만 원에서 최고 7억 원으로 이자를 합산할 경우 총 55억 원에 이른다.
유족들은 “군인들이 한국전 당시 빨치산 토벌을 빌미로 불갑산을 중심으로 반경 2km에 거주하는 양민들을 빨치산 또는 동조자로 내몰아 집단 총살해 유족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정신적인 고통을 줬다”며 “그동안 받아온 형언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로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군의 만행으로 피해를 당했음에도, 전쟁 이후 ‘빨치산 관련자’라는 딱지가 붙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97년 7월 첫 규명한 사건으로, 1950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 중순까지 국군 제11사단 20연대 5중대가 불갑산 공비토벌 작전(일명 대보름작전)에 앞서 함평 해보와 나산, 월야면 주민 289명을 빨치산 또는 빨치산 협력자라는 이유로 적법 절차없이 집단 희생시킨 사건이다.
11사단 20연대 2대대와 경찰은 이후 1951년 2월 함평, 장성, 영광 지역 거주 피난민 90여 명을 같은 이유로 학살한 것으로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유족회장 장재수씨(75)는 “일가족 8명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전쟁의 상흔이 너무나도 참혹하다”며 “말못할 고통을 보상받는 것은 유족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나주경찰부대와 경산민간인학살사건 등 유사사건 10여 건의 유족들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1, 2심에서 기각돼 대부분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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