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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치며 깨달으며 |
2010년08월05일(Thu) |
| 안용호<논설실장,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내가 처음 발령을 받은 곳은 모교인 월야북초등학교였다.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 하고, 기안을 잘 할 수 있을까 무척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발령 첫날 학교에 가자마자 6학년 교실을 들여다봤다. 선생님이 칠판에 무언가를 가득 써 놓고 설명을 하고 있었다. 교생 때 배운 것과는 차이가 있었으나 나의 수업도 설명 위주로 되어 갔다.
학교에 적응이 되면서 6학년 교실을 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시험 점수가 평균 93점 이상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 때는 ‘서중’과 ‘전남여중’을 넣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데 저녁 10시까지 남포 불을 켜 놓고 공부를 시키고, 교과서뿐 아니라 음악 책을 달달 외우는 교육을 할 때다. ‘우리 학교에서는 서중을 1년에 한 명이나 합격을 한다’는 것이다. 합격 못할 때도 있고.
한 명을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을 보면서, 교육대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에는 이론이 필요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교사의 열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젊은 사람은 광주에 가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광주로 왔다.
ㅎ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아 6학년을 맡아 근무하던 어느 날, 교장 선생님께서 불러서 갔더니 이 선생님과 나에게 6학년 실력이 30점대로 너무 낮으니 실력을 높이라고 하셨다. 이 선생님과 나는 매일 시험지를 만들어 인쇄를 하여 6개월 정도 시험을 보았다. 그랬더니 평균 60점대로 올라왔다. 교장실까지 찾아와 고맙다고 하시던 학부모님들의 얼굴이 지금도 선하다.
다시 ㅇ초등학교로 발령이 나서 6학년을 맡았다. 이곳은 B급지답게 아이들의 수준이 높았다. 그런데 매월 일제고사를 봤다. 범위는 그 달의 3주까지 배운 내용이며, 국어 등의 내용교과는 25문항, 나머지는 10문항씩 객관식으로 출제를 하여 시험을 봤다. 학년별, 학급별 평균이 공개되었다.
일제고사의 피해는 너무나 컸다. 90점 이상의 아이들에게는 ‘학력우수상’을 주었는데 반별 성적 차이가 많이 났고, 시간마다 문제집을 풀게 해서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등의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평가의 공개는 아이들을 죽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월말평가의 문제점에 공감할 무렵 나는 ㅅ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ㅅ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거물’이라는 별칭을 달고 계셨다. 그분은 선생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씀을 잘 안 하셨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받아쓰기’가 문제였다. 받아쓰기는 어린이들이 문자를 해득한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문제가 아주 많았다. 들여다보고 쓰기 때문에 시력이 나빠지고, 매일 받아쓰기를 보기 때문에 학습을 지겨워하며, 다른 교과를 잘 지도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장학사가 시험을 보고 가기 때문에 점수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더 지도를 하는 것이었다. 교육에는 아무리 좋은 시책이라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ㅂ초등학교로 옮겼다.
ㅂ초등학교는 지금까지 내가 근무한 학교와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교육활동이 달랐다. 학습방법의 학습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모든 교육활동은 학습방법의 학습으로 귀결되었다. ‘이것이 교육이구나!’ 하고 깨달을 즈음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반 배치고사가 문제가 된 것이었다. 그 당시는 교육장님이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평균을 공개하고 다니던 때였다. 좋은 것도 교육청의 간섭이 있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다.
다시 ㄱ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교장선생님은 ‘자네가 도서관 교육에 일가견이 있다고 하더군. 우리 학교를 위해서 도서관을 좀 만들어 주소’하고 간곡히 부탁하셔서 나는 도서관을 만들고 독서교육에 매진하였다.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제 나는 교사로서 실력을 갖추고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데 교감으로 승진을 하였다.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20년 이상이 걸리는 구나!
승진을 하여서도 학력향상과 독서지도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열심히 지도하여 좋은 성과도 냈다. 그동안의 실패를 통하여 얻은 교훈이 유비쿼터스 수업을 연구하게 만들었고, 교육감님을 모시고 유비쿼터스 수업을 펼쳐보기도 했다.
교육에는 이론이 필요 없고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으며 잘하고 있는데도 간섭을 하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을 차례로 깨달았다. 훌륭한 선생님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도 마지막에 깨달았다.
최근에 우리 교육은 발전을 위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학교가 식당으로 변하고, 보수와 진보가 각을 세운다. 아이들은 달라진 것이 없고 선생님들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늘 피곤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어린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하려는 방법적인 순서는 약간 달라도 진보나 보수가 바라는 본래의 뜻은 같다고 본다. 우리가 살길은 교육을 잘하는 것뿐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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