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1469~1494년)은 요즘 말로 ‘방화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방화범에 대해서는 최고형으로 다스렸다. 범죄별 형벌이 기록된 ‘대명률(大明律)’에 따르면 민가나 관가의 창고 등에 불을 질러 재산상 큰 피해를 끼친 방화범은 도끼나 칼로 목을 베어 죽이는 참형에 처했다.
노비가 주인집에 불을 낼 경우 목을 매는 교살형으로 처벌했다. 자신의 집에 고의로 불을 내면 곤장 100대를 때렸고, 이웃에게까지 피해를 줄 경우 곤장 100대에 3년간 유배형을 더했다. 당시 정치범 등 중형의 죄인에게 곤장 100대에 유배형을 내렸고, 절도 등 잡범이 곤장 10~50대를 맞은 점을 감안할 때 방화범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한 것이다.
지난 7월 24일 길거리에 세워 둔 오토바이 등에 불을 지른 이모씨(25)가 방화 혐의로 붙잡혀 조사 중에 있다. 이날 새벽 2시30분께 광주 북구 유동 ‘자동차 엔진의 거리’ 일대에 쌓아 둔 폐타이어에 불을 지르려다 실패하자 10여 분 뒤 인근 길거리에 세워 둔 오토바이와 자전거에 방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또 1시간여 뒤 중흥동 일대에 주차된 또 다른 오토바이에 불을 질러 인근 공장으로 옮겨 붙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이씨가 놓은 불로 오토바이 2대와 자전거 1대가 전소됐으며, 방화에 의해 불이 옮겨 붙은 북구 중흥동 한 기계제작 공장은 큰 재산피해를 입었다.
방화사건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내재된 불만 해소를 위한 우발 방화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문화재, 산림 등으로 다양화 되어가는 양상으로 ‘묻지마’식 방화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방화범은 대부분 방화로 어떤 결과가 생길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심한 경우엔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방화범 연구학자인 컬바시 박사는 방화의 제1동기로 극도의 흥분과 스릴 만끽을 꼽는다. 일상생활에서 오랫동안 좌절을 겪어 자신감을 상실한 사람일수록 방화의 폭발적 화력을 바라보면서 평상시 겪어보지 못하던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화에 의한 피해는 인명 및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 심리적·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여 사회의 결속력을 저해한다. 방화는 조금 위험한 장난이나 단순히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오는 수준의 범죄로 인식하기 쉬우나 실제로 방화는 강력 범죄이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으로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을 당했다. 2008년에는 대한민국 국보1호 숭례문이 방화에 의한 불로 무너졌다.
방화는 단독으로 고립되어 있는 범죄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범죄행위이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말다툼이 벌어져, 헤어지고 난 뒤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말한 이씨의 진술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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