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2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다. 축제분위기였고 오만과 독선적인 현정권의 심판론이 먹혀들었다는 평가이기도 했다. 아울러 세종시 수정안 부결과 4대강 사업 중단을 거세게 외쳤다. 그 결과 세종시 수정안은 부결됐고 4대강 사업도 해당 자치단체장들의 반발이 거세 다소 위축된 분위기였다.
한나라당은 패배를 인정하고 더욱더 서민에게 다가가는 정치를 하겠다고 읊조렸다. 당연한 일이지만 선거가 끝난 직후라서 효과는 컸다. 당 대표가 바뀌는 등 쇄신 분위기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세의 한나라당이 아무 탈 없이 민심을 훑고 있었던 반면 민주당은 꽃피는 봄날을 만끽하고 있었다.
두 달도 채 못 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7·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연 민주당의 우세를 점쳤다. 8곳 중 5곳을 잡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정치권이나 언론계 등에서는 아무런 반론이 없었다. 당연 그렇게 될 줄 안 것이다. 그러나 막상 표를 계산해 보니 반대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3곳을, 한나라당은 5곳을 점령했다. 민주당의 참패인 것이다.
보궐선거는 여당이 이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정설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면 너무 과한지 모르겠으나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의 꿀맛 같은 봄날을 계속 믿었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다. 그 믿음은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과거식의 공천이 작용했을 지도 모른다. 공천을 두고 당내 불만이 많았었기 때문이다.
특히 비주류 측의 불만은 더욱 거세져 선거를 치르는 둥 마는 둥 지나갔다. 전당대회를 대비해 주도권 싸움만 벌인 것이다. 선거에 전념하지 않고 불협화음만 내는 모임 등을 개최하고 서로를 비난하는 등으로 국민에게 외면 당했다는 일침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투표율도 30%대니 이유야 많지만 진 것은 진 것이고 이긴 것은 이긴 것이다. 민주주의는 표의 결과로 굴러가는 제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의 악재도 있었지만 예상 밖의 결과에 정치권이나 국민이 의아해 한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한나라당 의원의 성희롱 파문과 민간인 사찰, 여기에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젊은이들에 대한 비하 발언 등 한나라당의 악재는 계속 됐으나 결과는 상반됐다. 냉철하게 판단한다면 인물론에서 민주당이 진 것이다. 특히 보궐선거는 총선거나 동시지방선거와는 달리 ‘바람’은 없다는 것을 당 지도부는 인식하고 철저히 인물론으로 맞서야 했다.
이런 결과에 민주당은 요즘 내홍을 겪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56일 동안의 호시절은 일장춘몽으로 끝난 것이다. 다시 한나라당의 공격을 받은 것도 부족해 국토부는 4대강 사업 해당 자치단체장들에게 찬반을 요구하는 문서까지 보냈다. 반대를 하면 재정 등 불이익을 준다는 뜻이다. 이미 대통령이 재정 불이익을 거론한 상태라 해당 지자체장들은 부랴부랴 답변서를 내는 등 꼴이 말이 아니다.
이후 “충북, 충남지사가 4대강 사업을 찬성했다”는 보도자료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토부 보도자료는 왜곡됐다”고 막아서는 등 지난 한 주는 해명하느라 진땀을 뺀 모습이었다. 4일 기자회견에서는 4대강 사업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고 조정하자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민주당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무조건 저지를 외쳤기 때문이다.
세종시 문제도 그렇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수정안이 부결됐으면 후속 대책도 세웠어야 했다”면서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했던 기업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유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의 지방 이전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그저 원안만 고수하다보니 정부가 제시한 좋은 조건들을 놓치는 셈이 되고 만 것이다.
다음달 18일 치러지는 민주당의 전당대회도 문제다. 단일체제니 집단지도체제니 말이 많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장단점이 있다. 단일체제는 당을 강한 리더십으로 이끌 수 있는 반면 독선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집단지도체제는 협의 하에 당을 이끌지만 항상 티격태격이다. 현재 한나라당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도 집단지도체제를 실패한 경험이 있다.
민주당은 현명해져야 한다. 당권싸움이 아니라 대안제시형의 수권 능력이다. 언제나 공감이 가는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에게 알려 신용을 쌓아야 한다. 이런 연후에 대권주자를 내놓아야만 국민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봄날은 머무는 게 아니라 간다는 걸 명심하고 믿어서도 안 된다. 민주당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지지와 성원을 부탁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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