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에서 깨어나 활력을 찾으려는 작은 생명체들이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아차리고 몸을 뒤척인다. 지금껏 고요와 적막을 담고 있던 사물들이 제법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같기도 하다.
지역을 가로지르는 섬진강변의 긴 구비에 흰 햇살이 다가서고 아직 이르다고 생각할 즈음 마른 풀 사이에는 연록의 싹이 땅을 헤집고 나온다. 긴 신작로 너머엔 매화꽃 만발로 하얀 꿈을 지키고 있다.
봄은 새로움의 시작일까. 차가운 기운은 봄볕에 그 위세가 꺾이고 이제 땅도 부드럽게 풀린다. 잠시 멈추었던 생명들의 순환이 화사함으로 바뀌면서 맑은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준비를 마친다. 자연이 그동안 새 출발을 위해 모아두었던 것을 이제 풀어 헤칠 때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새내기가 가방을 챙기는 마음과 첫 출근을 준비하는 신입사원이 들뜬 기분에 긴장하여 서두르는 모습, 새 가정을 꾸리려는 예비부부가 날짜를 기다리며 입가에 엷게 퍼진 미소를 억지로 감추려는 부끄러움, 그리고 씨를 뿌리기 위해 밭을 가는 농부의 이마에 가늘게 흐르는 땀이 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완연 봄을 맞이해도 좋을 듯 싶다. 그리고 두터운 외투를 벗어버리듯 가볍게 맞이하는 계절이 바뀜을 실감하고 있다.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더라도 자연의 순리는 변한다. 빠르고 늦음의 개인 시차가 존재할 뿐 봄은 모든 이의 가슴에 찾아오고야 만다. 온화한 기운은 산을 깨우고 숲을 숨 쉬게 한다. 꽃샘추위에 떨었던 작디작은 꽃 방울들과 얕은 계곡의 유수는 신선한 공기를 자극하고 이것은 생명의 밑천이 되어 메마른 가지에 움을 틔우게 하고 있다.
이렇듯 새롭게 맞이한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는 일이다. 그것은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꿈과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봄이 한 해를 시작하는 계절인 만큼 새로움의 시작과 더불어 희망을 상징하는 계절인 것은 모두가 공감한다.
이제 어둠이 짧아진 만큼 햇살은 길어진다. 계절은 때가되면 순조롭게 그리고 조용히 우리들에게 다가선다. 피부에 와 닿는 공기의 느낌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자연의 이치로 만들어진 결과에 인간의 생체리듬도 변화에 순응하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록 삶의 무게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없을지라도 이미 봄은 현실에 있다.
봄을 맞이하면서 이왕 찾아오는 계절이면 화창하고 환한 미소와 더불어 새로운 미래를 향하는 희망찬 자신의 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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