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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학당 |
2010년09월16일(Thu)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윤증고택을 가는 길에 ‘종학당’을 들렀다. 종학당은 논산시 노성면에 있는 파평 윤씨들이 세운 일종의 사립학교다. 윤씨들의 내외 처가 3족 자제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중서당,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문중 사립학교의 성격을 지닌 교육기관이다.
종학당은 윤증의 작은 아버지 동토 윤수거(1596-1668)가 문중의 힘을 모아 1618년에 세웠다고 한다. 윤수거는 윤씨 집안의 300년 장기발전 계획을 입안한 인물로 ‘의전’도 그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의전이란 문중의 기금으로 의로운 일에 쓴다는 의미로 의전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학교 설립은 윤수거가 하였지만, 종학당의 학문적인 지도는 동생이었던 노서 윤선거가 주로 담당하였다. 윤증의 아버지 윤선거는 송시열과 학문적 논쟁을 벌였던 일급 학자였다. 노서 윤선거 이후에는 아들인 윤증이 맡으면서 종학당은 한층 탄탄한 기반을 갖추게 된다.
윤증은 입신양명이라는 일원화된 가치관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던 조선 사회에서 벼슬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벼슬을 죽을 때까지 그것도 20여 차례나 거절하였고, 나중에는 우의정 자리마저 거절하였다. 올곧은 선비가 아니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교육에 역점을 두고 매진하였다. 윤증의 후진교육은 ‘종학당’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종학당 건립은 결과적으로 파평 윤씨 노종파가 기호지방의 명문세족으로 널리 알려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데, 종학당에서 많은 인재가 배출되면서 사계 김장생을 배출한 연산의 광산 김씨, 우암 송시열을 배출한 회덕의 은진 송씨, 그리고 노성의 파평 윤씨 세 집안이 솥단지의 세 다리처럼 정족적 형국을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17세기 이래 조선 사회를 움직였던 메인스트림이 영남보다 기호지방의 양반들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세 집안은 조선 후기에 가장 널리 알려진 집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종학당이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된 보다 현실적인 계기는 과거 합격자를 다수 배출했다는 부분이다.
종학당은 1618년 개교 이래 한일합방으로 인하여 강제로 폐교될 때까지 292년 동안 유지되었는데, 이 기간에 배출된 문과 급제자가 42명이나 된다고 한다. 문과 급제자란 대과 급제자를 말한다. 한 집안의 사립학교인 종학당에서 오늘날의 고시 합격자가 42명이나 배출되었다는 것은 기록이다. 종학당의 ‘정수루’ 기둥에는 졸업생들이 대과 합격 후 모교를 방문하여 적어 놓은 낙서들이 지금까지 전해진다고 한다. ‘등과후 초상루’ ‘인걸재재’ ‘남풍만포’ 등이다. 그러면 종학당에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을까?
종인 중에 재주가 있고 학문에 깊은 사람을 스승으로 삼고, 자제 중에 글의 의미를 잘 터득한 자를 장으로 자제를 가르치게 했다고 한다. 책은 오경, 사서, 주자가례, 소학, 심경, 근사록 등을 비치했으며, 학생에게는 매월 쌀 6말을 내게 하고 장학제도도 있었다고 한다.
독서의 순서는 율곡 선생이 가르치시던 법에 따라 소학을 가르치고 차차 대학, 논어, 맹자, 시경, 서경 등으로 나가는 순서를 밟았다. 강의가 끝나면 바른 행실, 중요한 일, 가정을 다스리는 일, 재화를 유리하게 운용하는 일, 종회의 예법 등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 스승과 당장은 아침 일찍 기상하여 의관을 정제하고 자제들을 인솔하여 선조 산소를 향하여 재배하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대청마루 위에는 학생들이 지켜야 할 생활지침들이 편액에 적혀 있었다. 생활지침을 보면 하루에 할 일, 밤에 잠자는 것, 몸가짐의 방법,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 독서의 방법들이 작은 글씨로 새겨져 있다. 모두 윤증의 글씨다.
종학당에서 중등과정을 마치면 위로 올라갔다. ‘오가백록’이라는 현판이 걸린 백록당에서 대학과정을 밟는다. 오가백록은 우리집이 백록이라는 뜻인데 중국 주자의 서원이 ‘백록동서원’인데서 연유하였다. 학문의 본향을 자부하는 문구가 바로 오가백록인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수준별 수업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아니 세계에서 최초일 것만 같은 종학당을 만들어 후손들을 교육 시킨 윤씨 집안의 교육에서 오늘날 교육의 어려움을 풀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망상을 해 본다.
윤증고택으로 발길을 옮겨 윤증의 빈민 구휼 사업과 깐깐한 선비정신, 윤씨 가문의 적선 이야기를 들었다. 굴뚝을 낮게 하고, 양잠을 못하게 했으며 나락 벼를 길거리에다 쌓아 훔쳐가게 했을 정도로 적선을 쌓아 6.25전쟁 통에도 피해를 보지 않고 미군의 폭격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된장과 간장을 팔고 있는데, 300년을 이어 온 것이라고 한다. 종학당의 교육정신과 우리 음식이 진짜 웰빙 식품이라는 생각, 그리고 윤증 가문의 가난한 이웃을 배려하는 정신도 함께 배웠으면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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