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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즐기는 명절문화 돼야 |
2010년09월16일(Thu) |
| 박상주<편집국장, 시인> |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명절이 언제부터인가 가족의 갈등을 부추기는 날로 변했다. 즐거운 휴일이 아닌 스트레스를 배가하는 노동일이라는 걱정에 달력의 연휴표시만 봐도 가슴에 무거운 바위를 얹은 것 같다.
경제적 부담과 벌초, 장시간 운전 등의 이유로 남성도 명절스트레스를 받는다지만 여성들의 막중한 스트레스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각지에서 힘들게 모인가족들이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반가운 시간은 잠시, 많은 가족들을 먹이고 치우고 가끔 대하니 남보다 서먹한 어른들과 동서의 눈치까지 보며 지내야하는 주부의 한숨은 엄살이 아니다.
‘만나서 10분은 반갑고 30시간은 TV와 고스톱 치며 먹고 치우다 끝나는 날’이 명절이란 정의가 있다. 나름대로 명쾌한 분석이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한 남녀의 느낌은 확연이 다르다. 남성들은 누군가가 말장난으로 만든 명절의 정의에 가볍게 웃을 수 있겠지만 여성의 입장에선 심각한 명절 스트레스로 웃을 수가 없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가정불화의 불씨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조건 참기보다 상대와 대화하며 갈등을 풀어가야 장기적으로 더 좋다’는 가정문제 상담 전문가들이 제시한 조언들은 오히려 화를 돋운다.
대화하며 갈등을 풀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가정이라면 애초에 부당한 억지소리는 없을 것이 아닌가. 상대에게 서운한 점은 낱낱이 기억하고 있으나 받았던 것은 당연히 여기는 이기심이 팽배해 있으니 전국이 하나 같이 억울한 사람들 뿐이다.
몇 해 전부터 명절 즈음이면 어김없이 온라인을 장식하는 글이 있다, 이름 하여 ‘며느리를 위한 시’인데 이 글은 아줌마닷컴 등 여성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하여 수많은 며느리의 심정과 여성들의 전폭적인 공감과 지지를 받았었다.
‘시계 보니 새벽두시 오늘아침 출근이네/ 피곤해서 누웠다네, 허리아파 잠 안 오네./ 뒤척이다 일어났네, 욕 할라고 일어났네./ 컴터 켜고 글 쓴다네, 그래봤자 변함없네/ 다음제사 또 온다네, 그때 역시 똑 같다네/ 짐 싸갖고 도망가네, 어딜 가도 살 수 있네/ 아들놈이 엄마 찾네, 그거 보니 못가겠네/ 명절 되면 죽고 싶네, 일주일만 죽고 싶네/ 십년동안 이 짓했네, 사십년은 더 남았네’
오십 행이 넘는 긴 신세타령 중의 마지막 부분 연이다. 이것만을 보고도 말세라 한탄하는 어른들이 있겠지만 전업주부도 아닌 직장이 있는 여성이 명절에 가사노동으로 허리가 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 처사인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또한 상을 죽도록 차리고도 차례나 제사에선 열외 신세인 여성의 서러운 위치에 대한 억울함이 녹아 있다. 부부간의 누적된 갈등에 명절이 기폭제역할을 했다는 분석일 것이다.
이 정도면 돌아오는 추석날도 전쟁일인 실정인데, 서로가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씩 주고 받는다면 비록 몸은 고달프고 힘들더라고 마음만은 따뜻한 말 그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행복한 명절이 되지 않을까 싶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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