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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 국민의 소리 들어보라 |
2010년09월29일(Wed) |
| 나경택<수석논설위원,(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
청와대가 앞으로 고위공직자를 인선할 때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내부적으로 모의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했다. 위장전입, 음주운전, 재개발지역 부동산 매입 등 200개 항목에 걸쳐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이 없는지 기술한 문답서를 사전에 제출하고, 각종 조사까지 통과한 사람만이 모의 청문회에 오를 수 있다. 대통령실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수석비서관 등 10명 내외의 청와대 사람들로 구성되는 인사추천위원회가 국회 청문위원 역할을 맡아 실전에서 살아남기 어렵겠다 싶은 총리·장관 후보자들을 걸러내겠다는 계산이다.
인사검증 제도를 촘촘히 정비하는 것은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8·8 개각에서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를 부른 흠결 대부분은 청와대가 검증 과정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투기용 아닌 교육용(위장전입)’ ‘노후 대비(쪽방촌 건물 매입)’ 식의 설명을 온정주의로 받아들여줌으로써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청와대부터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우면 약간의 흠결은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황식 감사원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됨으로써 개각이 마무리 절차를 밟아가게 된 것은 다행이다. 이번 주 중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넘겨 국회가 협조를 한다면 이달 마지막 주에는 임명 절차를 마칠 수도 있게 됐다. 이번 검증 파문을 계기로 정부 안에서 총리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정립돼야 한다. 우리 헌법은 국무총리에게 각료 제청권을 비롯한 여러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고 있지만 지난 60여년간의 경험은 한국 정치 풍토에서 국무총리가 정치·정책 면에서 능동적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실증했다. 그렇다면 현실적 한계 내에서 국무총리 제도가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국무총리는 정부 내 크고 작은 실력자들이 모두가 달려드는, 겉으로 생색내는 일이 아니라 표시는 잘 나지 않더라도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소홀히 함으로써 부담이 쌓여가는 일을 찾아 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정권은 손과 발이 부지런한 정권이다. 그러나 입과 귀, 특히 귀가 제구실을 못해 난청이라는 말까지 들어왔다. 경제지표, 대외관계 등에서 나름대로 실적을 올리고 있는데도 국민의 평가가 인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몇번의 겹친 인사 잘못이 이런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아무리 유능한 정부도 나라 안의 가난과 설움을 다 풀어줄 순 없다. 그러나 내 아픔과 서러운 이야기를 가운데서 토막 내지 않고 잠자코 들어만 줘도 그 아픔과 설움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게 국민이다.
이 대통령은 일의 구석구석까지 밝히는 성격이고 여기에 특장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세부에 밝은 대통령 앞에선 청와대 보좌관이나 장관들이 오금이 저려 기를 펴지 못한다. 대통령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소리를 제때에 제대로 전해줄 리 없다. 그래서 아무리 귀밝은 대통령도 청와대에 있는 세월이 길어지면 물정에 어두워진다. 상대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유창한 언변이 있어도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총리가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서 보태고 빼지 않고 그대로 전하기만 해도 대통령은 큰 도움을 받게 되고 나랏일이 그만큼 원활하게 흘러갈 것이다.
한국은 인구 4887만5000명에 국내총생산(GDP) 15위, 수출 9위, 자동차 생산대수 5위를 자랑한다. 취 학률, 문자해독률, 인터넷보급율은 명실공 히 세계 1위다.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인해주는 수치들이다. 유념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의 법이 국민 가슴속에서 이미 무너졌거나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는 것이다. 대한민국 법률을 최종적으로 해석하는 대법관이, 장관들이, 미래의 재목을 길러내는 대학 총장들이 법을 지켜오지 않은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국민 가슴속에만 법이 살아 있기를 바랄 수는 없다. 선진 사회란 법이 법전 안에 박혀 있지 않고 국민 가슴속에 새겨져 숨 쉬는 사회라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일 일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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