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취하는 어디서, 어떻게 합니까”(민원인)
“1층 종합민원실에 가셔서 서류만 내시면 됩니다”(판사)
19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1층 원스톱 민원창구. 민사2부 김규장 부장판사가 신성한 법복 대신 깔끔한 정장으로 민원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무고로 고소한 사람이 무혐의 처분되면서 거꾸로 무고로 걸릴 처지에 놓였습니다. 당초 소송을 취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모자를 ‘푹’ 눌러쓴 민원인 최모씨(50)의 절박한 질문에 김 부장판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민원요지를 거듭 확인한 뒤 책상 위 모니터를 통해 사건내용을 꼼꼼히 검색했다.
세세한 사건 진행상황을 파악한 김 부장판사는 최씨에게 “절차상 간단한 문제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킨 뒤 “소송취하 서류만 제출하면 됩니다”고 안내했다.
이어 2분 뒤. 이번엔 ‘이행권고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러온 문모 할머니(70)와 대면했다.
신청사건임을 알아차린 부장판사는 곧바로 “어르신, 갑시다”라며 종합민원실 내 민사신청과로 할머니를 손수 안내했다. 3분 남짓한 친절이었지만 할머니는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집무실이나 법정에서나 볼 수 있었던 판사들을 사법부 권위의 상징인 법대(法臺)가 아닌 민원창구에서 접한 민원인들의 얼굴에는 생경한 표정이 물감처럼 번졌다.
재판진행 절차나 서류작성 방법, 사건 검색 등을 위해 법원을 찾은 민원인들은 “진짜 판사입니까”, “판사가 민원 상담을 하나요” 등 질문도 가지가지 쏟아졌다.
낯선 풍경은 판사의 격없는 태도에 눈녹 듯 녹았고, 걸게만 느껴지던 법원과 시민들간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졌다.
1시간 남짓 20여건의 민원을 상담한 김 부장판사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과중한 재판업무에 밀려 못해 왔었다”며 “민원인들의 고통과 창구 직원들의 노고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광주지법은 소속 법관 71명 중 희망자에 한해 오는 5월 7일까지 매주 2~3차례 원스톱 창구와 종합민원실, 등기국 등지에서 순회 민원체험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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