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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를 딛고 선 사람 |
2010년10월28일(Thu)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인간은 자연 속에서도 가장 약한 한 줄기 갈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 파스칼이 한 말이다. 파스칼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장애인이었다. 우울증, 두통, 복통, 기절과 구토가 잦았다. 실신, 마비, 기절을 자주했으며 발작을 자주 일으켰다. 시력도 나빴고 허리띠 아래가 마비되는 마비증상이 심해 까치발을 하고 걷곤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나약함을 오히려 인간 조건을 푸는 열쇄로 만듦으로써 인생을 계속되는 조건으로 이끌어, 11세에 ‘소리개론’을 썼으며, 16세 때 파스칼의 정리를 발표하여 19세기 사상기하학을 출발시켰다. 19세에는 ‘계산기’를 발명했고, 23세에는 수압의 원리를 발견했으며, 많은 수학 관련 책을 썼다.
이어서 인간에 대한 다양한 단상을 적은 ‘팡세’를 썼다. 파스칼은 자신이 처한 질병의 상태를 오히려 유익한 약, 치료제, 타고 난 재능으로 마음에 받아 드림으로써 좌절하고 떠나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다. 그는 모든 것을 주는 자선가였으며 공동묘지에 매장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1662년 8월 19일 새벽 1시에 죽었다. 그의 죽음은, 우리가 스스로의 자만이 낳은 보잘 것 없는 모습과 마주하게 만들었다.
또 한 사람 도스토옙스키가 있다. 도스토옙스키하면 유명한 ‘죄와 벌’을 떠 올린다. 그리고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생각한다. 그는 폐기종을 앓았고, 간질병과 발작이 심하였으나 병이 오히려 자신의 예술에 기여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형이 간염으로 죽자, 빚과 형수 그리고 네 조카를 떠맡는다.
그는 빚으로 일어설 수 없는 처지가 되었는데, 묘하게도 빚을 갚기 위해 창작을 쉬지 않고 하게 된다. 도박을 즐겨 빚이 불어나지만 시달리는 악순환 속에서도 창작은 계속된다. 격랑 속에서 건져 올린 세기의 대작은 이렇게 해서 탄생된다. 오직 빚을 갚기 위해 편집자의 감시 속에 글을 쓰기도 하고, 속기사를 고용해 글을 쓰기도 했다. 노름하고 돈을 잃고, 고통 받고, 글을 쓰고 다시 빚을 갚기를 되풀이 한다.
성공은 비극과 함께 온다고 했던가. 여러 악 조건에도 왕성한 창작열은 고갈되지 않고 식을 줄 몰랐으며, 작품이 이어질 때마다 창작의 표현이 계속 발전하는 드문 재능을 가진 작가였다. 푸시킨을 기념하는 동상의 제막식에서 투르게네프는 ‘당신은 진정한 천재요’라는 말을 하게 된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이 지닌 모든 약점과 아름다움을 자기 자신 안에 품고, 이를 작품에 투영하여 놀라움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예술의 깊은 심연으로 내려가 괴물을 죽이고, 예술을 기리기 위해 문학이라는 요술 주머니에 전리품을 담아 지상 세계로 가져와서 우리에게 주었다. 약점을 극복하고 인생의 기적을 이룬 사람들은 아주 많다.
우선 과학자부터 보자. 뉴턴은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았고, 자연주의 학자 라마르크는 장님이었으며, 에디슨은 귀머거리였다. 아인슈타인 이후 가장 천재적인 물리학자이고 ‘위대한 석계’를 써서 신의 영역에 도전한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육위축증을 앓고 있다.
정치인은 어떤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간질병 환자였고, 프랑스의 정치가 탈레랑은 기형이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척수질염으로 다리가 마비되어 휠체어를 탔다. 그러나 미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철학자의 경우, 플라톤은 간질병 환자였고, 칸트는 강박증과 신경증을 앓았으며, 쇼펜하우어와 키에르케고르는 우울증 환자였다.
유명한 작가도 있다. 호메로스는 장님이었고, 조지 바이런은 다리를 절었다. 악의 꽃을 쓴 샤를르 보들레르는 우울증 환자였고, 플로베르는 간질병환자였다. 카프카는 정신착란증 환자였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유전적 시각장애였다. 화가도 있다. 반 고흐는 정신착란증 환자였다. 미켈란젤로도 우울증증세가 있었고, 카미유 클로델은 편집증적 정신착란증에 시달렸다. 음악가도 있는데, 베토벤은 귀머거리였으며, 로시니는 강박적 신경장애였다. 또 파가니니는 마르팡증후군이었다.
위에 든 사람들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 외에 사실성을 찬양하고 힘의 법칙이 무례하게 과시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오래도록 잊고 살았던 장애 같은 약점의 가치를 깨우쳐 준다.
또한 인간은 힘과 경쟁, 승리를 독단적으로 추종하면서 타락한다는 것도 어렴풋이 느끼게 해 준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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