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재 신임 행정자치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다음 정권으로 늦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아직 정부(개혁)안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올해 중 정부안을 발표할지 여부를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 정부 임기 안에 (공무원)연금개혁을 한다는 방침은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그것도 관계기관과의 논의가 필요하며 일정까지도 리뷰하겠다”고 답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연내 개혁안 마련, 내년 상반기 입법’이라는 정부의 종전 입장을 바꾸겠다는 뜻인가. 정부는 4월 재원 분배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연말까지 만들기로 했다. 또 9월 이용섭 전 행자부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용역안과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의 개선안이 나오면 연내 정부안을 마련하고 내년 초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 두 안은 이미 나왔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발을 빼려 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월급이 적고 퇴직금이 없어 지금도 민간보다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KDI 조사 결과 후한 연금 덕분에 평생 소득은 공무원이 9%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상태나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공무원연금을 먼저 개혁하는 게 당연한 순리다. 공무원들은 국민 세금으로 퇴직 후까지 편안하게 살고, 국민에게는 더 많이 내게 하고 연금은 더 적게 받게 만들어 놓는다면 누가 이런 개혁안을 지지하겠는가. 이런 식이라면 국민연금 개혁안까지 국민이 거부운동을 벌일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연금개혁은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이겨내고 시행된다는 것을 일러주고 싶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연내에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현 정권 임기내 개혁은 물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내년 상반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연금개혁처럼 표 떨어지는 정책은 더더욱 밀어붙이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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