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데다 검거된 27명 가운데 7명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히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람들은 6일 서울 명동 일대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다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한마디로 현행범들이다. 더구나 이들 중 4명은 집시법 위반 등의 전과가 있다고 한다. 또다시 유사한 집회나 시위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법원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했으니 불법 시위에 대한 구속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물론 불구속 수사는 형사소송법의 원칙이다. 따라서 우리의 수사나 재판도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리의 법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재범 우려가 있는 흉악범의 경우 사회와 격리시킬 필요가 있고, 피의자의 인권뿐 아니라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그동안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뿐 아니라 범죄의 중대성, 범죄 전력 등을 종합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정부 들어 불법·폭력 시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시위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도 정권 담당자들은 ‘집회와 시위의 권리’ 운운하며 오히려 시위대를 두둔하는 형국이다.
이러다 보니 관공서가 불타고 부상한 전·의경이 속출해도 공권력의 강력한 대응은 기대할 수 없다.
평화적 집회는 보호하되 불법·폭력 시위는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법원이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법원마저 불법 시위에 관대하다면 우리의 법치와 공권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법질서를 파괴하는 사람들은 공동체 구성원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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