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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수독오거서 / 안용호(논설위원, 광주 금당초등학교 교장) |
2007년03월21일(W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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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이 말은 두보의 시에 나오는 말로, 원래는 장자가 친구 혜시의 장서를 보고 한 말이다.
다섯 수레에 책을 가득 실으면 대체 몇 권이나 될까? 1천권이나 2천권 쯤 될까? 필자는 5천권 쯤 되겠지 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당시의 책이 죽간에 쓰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섯 수레는 몇 백권에 불과했으리라.
옛날이나 지금이나 제대로만 읽는다면 오백권만 읽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1분에 5백자를 읽는다고 할 때 10분이면 5천자, 100분이면 5만자다.
5만자는 초등학교 중학년 120쪽짜리 동화책 글자 수와 같다. 보통의 책을 1년에 150권 읽는다고 할 때 10년을 읽으면 1500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권수가 아니라 어떻게 읽느냐다. 새삼 옛 선비들의 독서법이 궁금해진다.
그러면 옛 선비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옛 선비들은 책을 외우고 또 외우고 읽고 또 읽어 의미를 깨우쳤다. ‘독서백편의자현’이라고 소리를 내어 계속 읽어 공부를 하였다. 읽은 책의 글자 수는 생각보다 적었다. 논어는 1만1천750자, 맹자는 3만685자, 효경은 1천903자, 주역은 2만4천107자, 서전 2만5천700자, 시전 3만9천234자, 예기 9만9천10자, 주례 4만5천806자, 춘추좌전 19만6천845자였다.
날마다 300자씩 외운다면 4년 반이면 다 마칠 수 있었다. 옛 조상들은 공부를 이렇게 하셨다.
마음을 다스리는 함양성찰이나 사물의 이치를 따지는 격물치지, 인식과 실천의 상호관계를 의미하는 지행의 쟁점을 모두 포괄하는 깊은 공부를 하셨다. 경을 통해 자연적 질서와 인간적 질서의 아름다운 합일을 추구하고 그 속에서 장엄한 생명력의 현시까지 바라보았던 우리 조상들! 옛 것에서 배우는 학습 방법은 결코 쉽게 버릴 것이 아니다. 읽고 외우는 것은 우리가 버리지 않아야할 학습의 하나다.
옛날의 독서는 눈으로 읽지 않고 소리 내어 읽는 것이었다. 그것은 동서양 다 똑같았다. 머리가 나쁘기로 유명했던 김신득은 사기의 백이열전을 십만1천1백번이나 읽어 그 호를 ‘억만재’라고 했다고 하니 감탄을 넘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공자님도 ‘위편삼절’이라고, 주역을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읽으셨다.
글 읽는 소리! 정인지는 글을 어찌나 낭랑하게 잘 읽던지 옆 집 처녀가 담 사이로 그를 엿보고, 흠모의 정을 품고 담을 넘어 오는지라, 다음날은 이사를 갔고, 그만 처녀는 상사병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조광조도 같은 경우로, 월담해 온 처녀를 회초리로 훈계하여 보냈는데, 기묘사화 때 그 남편이 조광조를 해치려하자, 부인이 옆에서 말렸다는 이야기는 아름답게 들리기까지 한다.
옛 선비들은 외우고 읽는 것이 일상이었고, 백 독 천 독을 목표로 한 후 겨울을 산사에서 나곤 했다고 한다. 한번 읽을 때마다 하나씩 뒤집어서 읽는 횟수를 표시하는 서산은 어느 집에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오늘날 어린이들의 독서는 어떤가? 학원 가랴, 숙제 하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놀이에 빠져 세상과는 담을 쌓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던 몽상가의 나른한 일상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외국 어린이는 침대에 들어가면서도 책을 읽으며, 1년에 150권을 읽어야 다음 학년으로 진급이 가능한 나라도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한심하다고 해야 옳을 정도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 선비들의 일상과 독서를 더 살펴보자. 옛 선비의 일과는 거의 독서로 시작하여 독서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독서란 어떤 의미였을까? 책을 읽는 일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세계와의 관계를 생각하는 일이었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한 말의 의미를 우리 선배들은 이미 깨우치고 실천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퇴계 선생 같은 훌륭한 분이 나오신 것이었다.
다섯 수레의 책은 많은 책이 아니다. 몇 백 권에 불과한 책이다. 다섯 수레의 책을 읽으면 세상을 이끌 수 있다. 책에 미친 바보였던 옛 선비를 본받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행동은 본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책을 읽자![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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