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광주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대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시위 과정에서 부대철조망 일부가 파손된 데 대해 법원이 사건 발생 2년만에 집회 주최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광주지법 민사11단독 이명철 판사는 21일 공군제1전투비행단이 패트리어트미사일 반대 광주·전남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공대위는 원고에게 3천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공동 피고인인 공대위 대표 김모 목사(56)에 대해서는 “집회 주최자로 볼 수 없고, 파손행위에 가담한 직접적 증거도 없다”며 원고의 소(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대위는 집회 주최자로서 법률에 따라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위법행위로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질서를 유지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 당일 예상과 달리 7천명이 넘는 인원이 집회에 참가한데다 집회 성격상 폭행이나 손괴 등 불상사 발생 가능성이 충분했음에도 질서 유지인을 늘리거나 사전에 평화적 집회에 대한 고지가 충분하지 못했던 점 등이 두루 인정돼 손해배상 책임을 물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 목사와 관련해서는 ▲공대위 공동대표 12명 중 한명에 불과한 점 ▲시설물을 손괴하라는 직접적 발언을 하지 않은 점 ▲파손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이른바 ‘과격 폭력시위’로 인한 공공재산 파손에 대해 집회 주최측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지난해 11월22일 광주시청 앞에서 진행된 반(反)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공대위와 김 목사는 2005년 5월15일 광주공항 공군제1전투비행단 앞에서 패트리어트 미군기지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는 과정에서 길이 597ｍ의 외부 철조망과 300ｍ 내부 철조망 중 일부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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