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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매 배당, 실거주자에 우선권” |
2007년03월22일(Thu) |
| 광주지법, 임대차 분쟁 이색 판결…종전 계약자 보증금 문제는 집주인과 |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일부 짐만 두고 이사를 간 사이 집주인이 새 계약을 체결하고, 얼마 후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면 배당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어도 법적으로는 ‘새 계약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게 됐다.
광주지법 민사11단독 이명철 판사는 22일 종전 세입자 박모씨(27)와 신규 세입자 김모씨(30) 사이에 발생한 임대차 분쟁(배당이의 소송)에 대해 새 계약자인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주택의 실질 점유자, 즉 실제 거주자가 김씨라는 판단에서다. 두 세입자간 갈등의 씨앗은 200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입자 박씨는 K씨 소유의 광주 남구 서동 S오피스텔을 보증금 2천만원에 2년간 사용키로 하고,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까지 받았다.
그러나 2년 뒤 임대차 기간이 끝났음에도 보증금 반환은 이뤄지지 않았고, 참다못한 박씨는 물건 일부만 남겨둔 채 오피스텔 출입문을 열쇠로 잠그고, 딴 곳으로 이사갔다.
이에 무늬만 주인이 된 K씨는 궁리 끝에 ‘복잡한 사정’을 모르는 박씨의 어머니로부터 열쇠를 넘겨받아 짐을 모두 빼낸 뒤 새 계약자 김씨와 보증금 1천900만원에 2년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그러나 해당 오피스텔은 김씨가 확정일자를 받은 지 얼마 안돼 강제경매에 넘겨졌고, 곧바로 부동산 경매개시가 결정됐다.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두 세입자는 다급한 나머지 ‘내가 정당한 세입자’라며 앞다퉈 법원에 권리신고 겸 배당요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법원이 종전 세입자에게 1천400만원, 새 계약자 김씨에게는 무(無)배당 결정을 내리자 억울한 김씨가 지난해 5월 배당이의 신청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은 이날 애초 결정을 뒤집고 김씨를 합법적 권리자로 인정했다.
“김씨는 집주인으로부터 빈집상태에서 주택을 인도받아 점유를 시작한 ‘선의의 제3자’에 해당된다.
주택인도와 주민등록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의 요건 또한 모두 갖추고 있어 종전 세입자보다 배당권을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반면 ‘법률적 불이익을 당할 아무런 이유 없이 되레 집주인에게 불법적으로 점유물을 침탈당했다’는 당초 세입자의 주장은 ▲뚜렷한 증거가 없고 ▲집주인이 방을 뺀 뒤 당초 세입자가 점유를 회복하기 전에 선의의 3자와 계약이 이뤄졌다는 법적 판단에 밀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세입자가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점유를 침탈당하고, 이후 새 계약자가 들어온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세입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다.
이 판사는 “종전 계약자의 보증금 문제는 집주인과 풀 문제지, 영문도 모른 채 입주한 새 계약자가 불이익을 당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며 집을 볼모로 잡아둔 채 몸만 떠나는 사례들에 대한 작은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강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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