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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 해 |
2010년12월30일(Thu)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경인년을 보내고 신묘년을 맞는다. 해마다 보내는 아쉬움과 맞이하는 희망이 교차한다. 그러면서 ‘새해에는…’하는 새로운 바람과 다짐이 되새김질된다. 토끼띠인 올해에는 너무나도 많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토끼의 신화는 전국시대에 보이다가 한대에 와서는 항아신화로 발전한다. 그리고 토끼신화와 결합하여 옥토끼가 절구에 불사약을 찧고 있다는 새로운 신화가 탄생한 후 동북아로 퍼지면서 불로장생의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이의 열망이다. 진시황의 불로초를 이야기할 것도 없이 우리는 오래오래 살기를 바랐다. 오복에서도 수(壽)가 제일 먼저 온다. 신묘년에는 무병장수하시기를 빈다.
십이지의 토끼 코드는 묘(卯)다. 묘자에는 만물의 성장, 번창, 풍요를 뜻하는 의미가 있다. 이것은 토끼의 속성이기도 하다. 방위로는 정동이고, 목성이다. 오방색중 토끼는 푸른색이며, 계절로는 봄이다. 음양오행코드에서는 양이요, 목이다. 그러니까 동방, 밝은 빛과 청춘을 상징한다. 금년 토끼해에는 만물이 성장하고, 번창하며, 풍요를 구가할 것이다.
토끼는 지혜롭다. ‘교토삼굴’이라고 토끼는 세 구멍을 파서 항상 어려움에 대비한다고 한다. 도주로를 여러 개 마련해두면 추적자를 쉽게 따돌릴 수 있는 것이다. 별주부전의 토끼처럼 설화 속의 토끼는 위기일발 속에서도 자신의 간을 지키는 순발력을 발휘한다. 우리 인간은 위험에 대처하는 준비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조심하면 어려움을 겪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겪는다. 금년에는 토끼처럼 앞과 뒤를 보면서 살아가시기를 빈다.
토끼의 귀는 매우 길다. 그래서 조그만 소리도 잘 듣는다. 여기서 잘 듣는다는 말은 소식을 잘 듣는다는 말이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듣는다. 세상을 잘 모른다는 말도 듣는다. 정보에 어둡다는 뜻이다. 아는 자가 앞서가고 리드한다. 결국 정보는 힘이요. 권력이다. 현대인에게 정보는 지도자의 덕목이 되었다. 토끼해인 올해에는 정보에 밝고, 정보를 잘 이용하며 나아가 대인관계에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토끼는 번식력이 왕성하다. 그래서 다산의 상징이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대가족을 거느리면서 자손들이 번창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벌족하다는 말을 했고 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7남매, 9남매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식구들이 많아야 느는 집안이라고 해서 자랑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가 문제가 되었다. 결혼을 안 하거나, 해도 아이를 하나만 낳고 만다. 우리나라 인구는 약 5천만 명인데 복지부에서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 묘수를 짜는 형편이다. 금년부터는 초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교육도 심화시켜야할 것 같다.
토끼는 효의 유교버전이 된지 오래다. 우리는 삼강 오륜하면 손부터 흔들고 옛날이야기라고 하면서 제사도 지내지 않으려고 한다. 지내더라도 하루에 다 지내 버린다. 본래 제사는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조상들의 은혜에 감사하는 의미로, 그리고 자손들이 모여서 그 분이 살아서 우리를 위하여 어떻게 노력하셨는가를 이야기하면서 감사하고 본받는 의미가 더 있었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고 했다. 효에 대하여 생각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토끼는 선비의 상징인 붓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한퇴지의 ‘모영전’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진시황 때 몽염장군이 점을 쳐서 점괘대로 오늘과 같은 붓을 토끼털로 만들어 모필의 발명가가 되었다고 한다. 모든 이가 공부를 즐기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학문을 통해서 세계를 리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금년이 그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인도에는 석가모니의 전생을 그린 ‘본생경’이라는 설화집이 있다. 거기에는 노인 한 명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을 때 그것을 본 토끼가 노인을 살리기 위해서 자기 몸을 불구덩이에 던져 사신공양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의롭고 자비로운 토끼로 그려진다. 토끼처럼 몸을 줄 수는 없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남도 싫어할 것이라는 마음이라도 갖자.
또 평화를 상징하는 지상의 동물은 토끼이다. 그만 싸우자. 문명비평가인 들뢰즈 카타리는 ‘천의고원’에서 성격과 행동을 정신분열형 ‘스키조프레니아’와 한 곳에만 몰두하는 편집광적인 ‘파라노이아’의 두 유형으로 분류한다. 문명과 문화도 두 유형으로 나뉜다. 경제력만을 위하여 힘을 집중하고 돌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스키조프레니아의 네트워크 시대다. 토끼를 본받으면서 마음 쓰기를 물과 같이 하고 우리의 세계로 문을 열고 뚜벅뚜벅 천천히 걸어가자.[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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