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즌째를 맞은 프로배구 V-리그에 유례없는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2라운드에 접어든 3일 현재 남자부 1위는 대한항공 점보스다. 만년 3위 이미지가 강했던 대한항공은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앞세워 8승1패로 당당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노련미가 붙은 세터 한선수(26)를 필두로 외국인 선수 에반 페이택(27)과 김학민(28)의 쌍포가 연일 불을 뿜으며 손쉽게 승수를 쌓고 있다.
전력분석관이라는 외도를 마친 이영택(33)과 신경수(32)의 합류로 최대 약점이었던 높이가 보강됐고 알토란 같은 신인 곽승석(23)이 가세하면서 수비 조직력이 안정됐다. 여기에 센터 김형우(29)의 복귀가 임박해 당분간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질주 못지 않게 눈에 띄는 대목이 바로 삼성화재의 몰락이다. 3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는 3승5패로 7개 팀 중 4위에 머물러 있다. 벌써 지난 시즌 정규리그 36경기(30승6패)에서 당했던 패배에 육박하고 있다.
구심점인 석진욱(35)이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조직력이 예년만 못하다. 레프트 손재홍(35)과 세터로 변신한 신선호(33), 센터 박재한(31)도 크고작은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그나마 가빈(25)과 박철우(26)의 공격력이 살아난다는 점이 위안이다. 지난 2일 현대캐피탈전에서는 박철우를 레프트로 기용하면서 가빈과의 공존 가능성을 발견했다.
신치용 감독(56)은 “베스트 멤버가 계속 바뀌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4라운드에 가면 정상 전력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6승3패로 2위에 올라있다. 위기라고 표현을 쓰기에는 어렵지만 ‘1강’으로 꼽히던 시즌 전 예상과 다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삼성화재전에 유독 약한 점이 아쉽다. 현대캐피탈은 2일 벌어진 삼성화재와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우위를 이어가지 못하고 1-3으로 역전패했다. 올 시즌 맞대결 2전 전패다.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LIG는 5승3패로 순항 중이다. 새해 첫 날에는 대한항공의 연승행진을 저지하며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질병인 서브리시브에서 안정을 찾는다면 충분히 상위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우리캐피탈(3승6패), 상무신협(3승6패), KEPCO45(2승6패)의 중위권 싸움도 볼만하다. 비록 순위는 각각 5,6,7위에 머물러 있지만 경기력은 상위권 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들의 선전은 상위권 팀들에는 긴장감을,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흥밋거리다.
현대캐피탈의 김호철 감독은 “올 시즌은 모두 팀 전력이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매 경기 쉽게 넘어갈 경기가 없다”며 “이틀마다 경기를 하는 것도 평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매 경기 예상을 깨는 접전은 자연스레 구름관중으로 이어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지난 달 29일 발표한 1라운드(2010년 12월4일~26일) 관중집계에 따르면 지난 시즌 3만7천329명에 비해 35%에 늘어난 5만445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연고지에서도 팀뿐 아니라 배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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