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 9구단 창단이 ‘거북이 걸음’을 할 태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2011년 제1차 이사회에서 9, 10구단 창단에 대해 논의했다.
이사회는 회의 결과 제 9구단을 창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우선 9구단 창단에 동의한 것도 큰 수확이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0구단 창단은 아직 미지수다. 10구단 창단에도 기본적으로 뜻을 같이했지만 ‘10구단 창단을 추진해도 좋다’는 아니었다. 9구단 심사가 끝난 뒤 10구단의 필요성을 논의해도 좋다고 했을 뿐이다.
프로야구 신생 구단 창단은 지금이 ‘호기’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우선 한국 프로야구 인기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역대 최다 관중인 592만8천626명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인기가 치솟자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야구단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에 따르면 여러 지자체가 야구단 유치에 대해 문의했다.
특히, 마산과 창원, 진해가 합해진 통합 창원시는 새 구단 창단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창원시는 지난해 10월 말 KBO와 9번째 구단 창단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9구단 창단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3개나 나타났다.
엔씨소프트는 증권가에 소문이 돌자 지난해 12월 22일 KBO에 구단 창단 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을 공표했고, 2개 기업도 9구단 창단 우선협상권자 선정 관련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인 10일 모두 창단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해진 것은 ‘9구단 창단’ 뿐이었다. 게다가 ‘시간을 질질 끌’ 장치까지 생겨버렸다.
KBO 이사회는 “7, 8구단을 창단할 때 심사 기준이 있었는데 현재 시점에 맞는 심사 기준을 KBO가 정하고 이에 따라 차후 이사회에서 신청서를 제출한 구단을 대상으로 동등하게 심의하자”고 결정했다.
이 총장은 “KBO 측은 시간을 질질 끌기를 원치 않는다. 1월 내에 심사 기준 마련을 마무리짓겠다”고 했다.
바람은 1월 내에 마무리짓겠다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사회에서 심사 기준이 공평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면 또 다시 이를 수정해야 한다.
이 과정이 계속된다면 수정하고 심의하는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9구단 창단을 원하지 않는 특정 구단이 기준을 갖고 물고 늘어질 수도 있다.
이날 9구단이 창단될 경우 기존 구단들이 어떻게 지원할 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KBO가 생각한 안을 제시했지만 아예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9구단 창단이 결정된 후 선수수급을 비롯한 여러 지원책에 이사회가 뜻을 같이하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어쨌거나 조금씩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선정도 기업 선정이지만, 9구단 연고지가 창원으로 결정된 것도 아니다. “창원이 유력하다”고 하지만 유력할 뿐이다. 또 다른 지자체가 프로야구단을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그 지자체로 9구단이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연고지 기준을 만족시키는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 가운데 기존에 야구단이 있는 지자체와 창원을 제외하고 9구단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없다는 것이 이 총장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지자체가 신청을 할 경우 또 다시 이사회에서 ‘9구단 연고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10구단 창단이 이사회의 허락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연고지 선정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만약 차후에 다른 지자체가 9구단 창단 연고지로 결정되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창원시는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다.
KBO는 2월 내에 9구단 창단을 마무리하고 ‘청사진’대로 가겠다는 생각이다. KBO는 “올해 신생 구단이 2군 리그에 진입하고 2013년에는 1군 리그에 뛰어들게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과연 KBO의 생각대로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래 계획대로 가도 빠듯한 일정이었는데 거쳐야 할 산이 더 많아졌다.
이 총장도 “1년씩 늦어질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늦어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질질 끌다가 9구단 창단이 무산된다면 ‘호기’를 스스로 날렸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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