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살처분된 가축처리와 그 부작용 등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10여년전 국내 최초로 가축사체를 열처리해 재활용하는 설비를 도입한 축산인이 있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나주시 노안면 천하양돈 전 대표 김수남(59)씨.
10여년 전만해도 죽은 가축은 땅에 묻거나 퇴비장 등에 버리는 것이 당연시 됐다. 이렇다보니 환경오염과 추가감염이라는 부작용이 잇따라 축산농가들의 골치덩이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 2만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던 김씨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아무데도 쓸데없는 죽은 가축을 잘 처리만 하면 재활용도 할 수 있고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겠는데, 방법이 없을까 여러 궁리를 했습니다”
대안을 찾던 김씨는 가축사체를 고열·고압스팀 방식으로 재활용 처리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다는 유럽 등의 선진사례를 접하고 무릎을 쳤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국내는 음식물 쓰레기 사료화 설비만 있을 뿐 가축사체 자원화 설비는 생산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김씨는 음식물 쓰레기 발효화 설비가 고온 스팀방식인 점에 착안해 가축사체까지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국내 A업체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1억여 원을 투자했다.
주문생산 업체와 김씨가 5개월 동안 새로운 설비 제작에 힘쓴 결과 1998년 5월께 국내 최초로 가축사체와 음식물쓰레기를 동시에 처리하는 ‘한국형 렌더링(rendering)시스템’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설비는 가축의 사체를 고온·고압의 스팀으로 완전 멸균처리한 후 부산물은 퇴비화 하거나 동물성 단백질 사료로 환원시키는 시스템이다.
김씨는 “주변에서는 다들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 잘 될까하며 우려반 기대반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의 고민과 노력은 진가를 발휘했다. 농장에 총 3대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결과 1일 최고 돼지 15마리를 통째로 처리해 퇴비와 단백질사료로 자원화하는데 성공하게 됐다.
김씨는 “폐사가축을 묻을 일이 없어 매립지 확보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 좋았고 동물성단백질사료 생산의 자립화와 퇴비는 과수원에 밑거름으로 사용해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면서 “연간 농장경영비 30여억원 중 10% 절감할 수 있어 설비도입 첫해에 투자비까지 회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성공담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 지난 1988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60여 축산농가에서 도입했다. 정부도 선구자적인 공로를 인정해 김씨를 지난 2000년 ‘신지식농업인장’으로 선정했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김씨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렌더링설비는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 되고 있는 가축 매몰지 침출수 유출 등에 따른 제2차 환경재앙 방지 대안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김해와 홍성의 구제역 발생지와 천안의 AI 발생지역에 충남의 A업체가 개발한 이동식 대형 가축사체 렌더링 처리기를 시범적으로 투입하고 성능을 테스트했다고 한다.
김씨의 아이디어로 탄생된 한국형 가축 사체 처리시설이 전국적으로 대량 도입될 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가축사체로 발생되는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이같은 시설을 정부와 지자체차원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각 지자체가 축분처리장에 대형 가축사체 처리시설을 갖추고 자원화 처리한다면 매몰방식에서 오는 환경재앙은 없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나주=정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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