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귀일원 박길순 할머니, 꽃단장하고 백수연 맞아
시설서 100세 장수 이례적…원생들 모두 장수 기원
3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귀일정신요양원에서 열린 박길순 할머니의 100세 잔치에서 원생들이 장구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광주의 한 요양원에서 가족도 없는 노인의 뜻깊은 백수연(白壽宴)이 열려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광주 남구 봉선동 귀일정신요양원에서는 3일 오전 박길순 할머니의 100세 잔치가 열렸다.
박 할머니는 이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손가락에는 형형색색의 반지를 끼고 요양원 강당에 마련된 백수연 잔치의 주인공으로 진수성찬이 마련된 단상의 중앙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박 할머니는 100세 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귀일원 100여 명의 식구들과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박 할머니는 이날 갓 태어난 아이처럼 해맑은 모습을 보였다.
나숙자(71) 요양원 원장이 전하는 축하말에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건네 받은 축하편지를 일일이 살펴 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또 장구와 가야금 소리가 잇따라 들리자 흥에 겨운듯 앉은 자리에서 박수를 치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박 할머니는 1912년 3월3일에 태어나 이곳저곳을 떠돌다 1982년에 귀일원에 들어왔다. 당시 무연고자인 박 할머니를 위해 호적을 만들고 DNA검사를 통해 가족을 수소문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박 할머니는 광주 남구 백운동 한 국밥집에서 이모와 함께 지냈던 것이 가족에 대한 유일한 기억이었다. 하지만 현재 정신장애 1급 판정을 받아 마지막 기억마저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 원장은 “할머니는 귀일원에서 가장 큰 어른이지만 자신을 ‘할머니’라 부르면 대답을 하지 않고 ‘동생’이라 불러야 쳐다보신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장 아름다웠을 때의 기억만을 갖고 있는 박 할머니는 이곳에서 의상 디자이너로 통했다.
모든 옷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손수 바느질해 입으시고 반지, 팔찌, 목걸이, 모자까지도 항상 착용하고 있기 때문.
강용복 귀일정신요양원 사무국장은 “이날 백수연 복장과 반지, 목걸이, 모자 등도 박 할머니가 직접 골랐다”며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서 가능하다면 가족과도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 할머니의 백수연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봉사자와 직원들의 큰절과 귀일원생들이 마련한 축하공연, 박 할머니에 대한 퀴즈대회까지 열렸다.
오세휘 귀일원 이사장은 “박 할머니의 백수연은 1950년도에 문을 연 이곳에서도 최초일 정도로 뜻깊은 자리다”며 “이곳 원생들도 장수하길 기원하고 박 할머니도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지낼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귀일정신요양원에는 현재 109명의 원생들이 생활하고 있고 이 중 85명이 정신분열증상을 겪고 있다.
<양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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