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도록 추워도
새봄은 오는 거야
눈 덮인 산야
모진 북서풍에
산짐승 새들도
춥고 배고파 울었지만
그래도 새봄은 오는 거야(이하 생략)
이처럼 개구리는 우리에게 반드시 봄은 온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는 김수일 시인의 ‘봄이 오는 소리’의 한 구절이다.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로 개구리가 겨울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도 지났다. 그토록 맹위를 떨쳤던 겨울도 절기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니 완전히 기가 죽었다. 꽃샘추위가 있긴 하나 공기부터 다르다. 따뜻해졌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케 한다.
눈에 드러나는 풍경도 봄을 향하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들이 앞 다투어 얼굴을 내밀 준비를 하는 통에 땅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꿈틀댄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성질이 급한 녀석은 그 틈을 타고 벌써 부드러운 솜털을 세상 밖으로 내밀고 있다. 세월의 변화가 주는 쉼 없는 풍경이다.
이러한 움직임도 그저 얻어지지는 않았을 게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있는 힘을 다한 결실이라고 본다. 꽃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나비가 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애벌레처럼 새 생명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애벌레로 만족하고 변태를 하지 않는다면 화려한 날개는커녕 꽃을 만나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아름다운 변모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가치 있게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운도 준비 없이 찾아올 확률은 적기 때문이다. 원하는 무언가를 손에 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매일 24시간을 부여 받는다. 사람들은 그 시간을 공평하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남녀노소,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똑 같이 주어진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빠른 흐름을 보이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아예 멈춰 있거나 천천히 흐르기도 한다. 드물게는 앞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하며 뒷걸음질 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치 있게 쓰이기도 하지만 허송세월로 남기도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시간은 몹시 다른 차이를 보이고 결과도 무척이나 다르게 나타난다.
새봄이다. 신학기를 맞는 학생처럼 뭔가 새롭게 시작하도록 만드는 계절이다. 싱그러운 봄, 행운을 꿈꿔보자. 그리고 행운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를 해보면 좋겠다. 시간은 세상의 변화를 이루는 연결고리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원하는 대로 각자의 모습이 달라지게 만드는 요술램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디엘 가면 행운을 만날까, 누구를 만나면 행운을 줄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기보다는 시간을 보석처럼 여기고 꾸준히 아끼면서 잘만 활용하면 봄의 여신만큼이나 빛나는 행운을 가슴에 안을 수 있을 것이다.
흐르는 세월이 아쉬워 ‘벌써’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달은 3월 일 것 같다. 한해를 시작하지 벌써 3월도 중순으로 접어 들었다. 조급한 마음이 든다.
그럴수록 시간을 지혜롭게 길들여 놓으면 행운을 불러들이는 문을 만들고 그 문을 활짝 열게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봄, 보물 같은 시간을 만들 꿈을 꿔 보자. 그렇다. 우리네 삶에도 봄은 온다. 그리고 그 봄 소식을 이웃에게 알리자. 목청이 터져라 울어대는 개구리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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