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에 대한 언론 인터뷰를 내년 8월까지 게재하지 말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치가 시비를 낳고 있다. 대선 관련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최근 동아일보의 유력 대선주자 연쇄 인터뷰 기사가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고 이의 중지를 요청한 것이다.
공직선거법 82조에 ‘언론기관은 대통령 선거일 전 120일부터 대담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고 한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이 법은 과열 선거 분위기를 억제키 위해 지난 97년 제정했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대선 때는 아무 조치도 않다가 이번에 갑작스레 들고 나온 배경에 의혹을 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법 규정 자체가 애매한 구석이 없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인터뷰와 대담 그리고 토론회의 정의가 분명치 않다. 선관위는 대담과 인터뷰를 동렬에 놓고 법 적용을 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엄연히 다르다. 대담은 당사자 간 의견을 밝히되 대등한 입장이고, 인터뷰는 언론사 기자와 논설위원 또는 위촉을 받은 인사가 화자의 의견을 구하는 불균형적 입장이 보통이다. 간혹 인터뷰어가 자신의 의견과 지식을 개진, 화자의 긴장도를 높이는 일이 없지 않지만 대세가 그렇다.
또 아무리 과열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해도 선거 코앞에 가서야 언론이 대선 주자들과 대담, 토론회를 갖는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짧다. 솔직히 대선 경쟁은 선거가 끝나는 즉시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이를 물밑에 감춰두고 일정 기일까지 참으라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와 판단 기준을 너무 외면한 처사다. 이에 대해 여야가 일단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깜짝 이벤트로 선거를 치러서는 국민의 판단을 흐려놓기 십상이다.
일단 법의 맹점이 드러났다면 과감히 고쳐야 한다. 비단 알 권리 뿐만 아니라 돈 안 드는 선거 풍토를 굳히기 위해서도 빠른 개정이 필요하다. 여야가 각기 수판알을 굴리면서 잴 일이 아니다. 선관위 스스로도 내부 의견 조율 없이 과거 단편적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원용, 이번 조치를 내렸다면 우선 정교한 내부 기준부터 정해야 할 것이다. 대선 주자들의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접촉은 많을수록 좋다. 거듭 법 개정과 함께 21일 열릴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합리적 판단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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