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의 자기 가축화 / 안용호(논설위원, 광주 금당초등학교 교장) |
2007년04월04일(Wed) |
|
‘패스트푸드 발암성 물질 검사’라는 기사가 중앙 일간지에 대서특필되었다. 패스트푸드에서 왁스 등에 쓰이는 붉은 색소 ‘수단 1호’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영화 ‘슈퍼사이즈 미’에서 그 폐해가 지적되었고, 영국의 어린이프로에서는 햄버거 광고를 금지한다는 뉴스까지 들은 터여서 식단까지 걱정해야하는 신학기 교장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문득 ‘무통문명에서의 인간의 자기 가축화’라는 말이 생각났다.
‘자기 가축화’라는 말은 1930년대 폰 아이크슈테트가 사용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인간 자신을 가축으로 만든다는 의미에서 사용했는데 지금부터 그 가축화의 특징을 열거하면서, 인간이 자기 자신을 가축의 상태로 몰아가는 것을 살펴보겠다.
첫째, 가축은 인공적인 환경에 있다. 가축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인간 역시 도시를 조성해 자신들이 살아갈 공간을 대부분 인공적인 환경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루의 일상생활은 닭과 같다. 교실은 닭장과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둘째, 가축은 사료가 자동으로 공급된다. 그리고 인간도 식료품의 자동공급 상태에서 산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재료나 제품을 슈퍼마켓 등에서 사다가 먹는다. 점심시간에는 급식이라는 이름의 식사가 공급된다.
셋째, 가축은 자연의 위협에서 멀어진다. 인간은 문명화와 함께 자연의 위협을 극복해 왔다. 태풍과 지진에도 부서지지 않는 집을 짓고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한다. 학교에서는 학습준비물까지도 대량으로 구입하여 학년별로 나누어 주고, 교과서도 공짜로 공급되고 디지털 교과서까지도 만들어 줄 계획이다.
넷째, 가축은 번식을 관리한다. 인간은 인공수정, 체외수정, 불임수술 등을 이용해 생식에 개입하고 있으며 이것은 최근 들어 심각한 생명윤리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대로 가면 똑같은 인간이 출현할 날도 머지않았다.
다섯째, 가축은 인간에 의해 품종 개량된다. 인간 역시 일관되게 품종개량을 해왔다. 19세기에 나타난 우생학이나 선택적 중절 등은 자기 가축화의 한 예다. 인간도 우생학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종이 나타난다.
여섯째, 가축화되면 동물은 신체의 모양이 변한다. 인간에게도 그와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추간판뼈의 수, 사지뼈 수의 변화, 피부 색소의 변화 등이다.
일곱째, 가축은 죽음이 조절된다. 우리가 사는 현대 문명 역시 인간이 죽음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죽음의 자기 결정권도 이 흐름 위에 있다.
여덟째, 가축은 인간에게 ‘자발적인 속박’의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인간도 먹을 것과 안정, 쾌적함을 공급해 주는 사회 시스템과 자발적인 속박 관계를 맺으려는 듯이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가축화의 특징 중 거의 모든 것이 현대 문명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해당된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교실 속의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차려!, 조용히 해!, 줄맞춰!, 다 먹어!, 나가지 마!, 문 닫아! 등 학교학습의 비인간화가 자기 가축화의 양상과 이미 닮아 있다.
이제 우리는 먹고 살만큼 산다. 너무 빨리 달려왔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우리는 신자유주의 교육의 덫에 걸려 있다. 이제 천천히 옆도 보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하여 진진한 고민을 할 때다. 그리고 인류애, 사랑, 베품, 나눔 등으로 교육의 방향을 틀 때다.[관리자 기자]
|
|
 돌아가기
리스트 보기 출력하기
|
|
|
|
 이 슈
|
|
연재특집
|
코믹스-200727.jpg)
.gif)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