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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가까워진 중국 |
2012년09월20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먼 일가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로 들린다.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밭에 나가시면서 ‘소나기 오면 옆집 금동댁네 나락 덕석을 먼저 덮어야 한다.’는 말을 하시곤 했다. 고구마만 쪄도 울타리 너머로 나누어 먹던 시절이었다. 네 것, 내 것 구분 없이 주인이 없어도 가져다 쓰고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그만이었다. 만나면 서로 정을 나누니 형제간보다도 더 친절하고 행복했다. 이웃을 잘 만난 것을 늘 감사했다.
그러면 나라와 나라 사이는 어떠할까? 나라 사이도 똑같다. 우리는 지정학적 이유로 세계에서 제일 힘이 센 4강대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일본을 보자. 일본은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36년 동안이나 우리나라를 지배하고도 부족하여 독도문제로 우리의 심정을 박박 긁고 있다. 최근에는 1주일간 70개 신문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개도 웃을 광고를 내고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일본의 모든 것에 대하여 혐오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중국은 어떤가? 중국은 필자가 고교시절만 해도 ‘죽의 장막’이라는 말을 들었고 이념까지도 달라 서로를 모르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가깝고도 먼 나라로 살아오다가 20년 전에 수교를 하였다. 이후 양국관계는 수치상으로는 ‘비약적 발전’ 그 자체라 할 정도로 변했다.
모든 면에서 너무 가까워지고 얽혀 버린 것이다. 이제 중국에 대하여 새롭게 접근해야 된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지난 50년은 우리가 미국 덕분에 발전해 왔다면, 앞으로 50년은 중국과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이제 중국을 알고, 중국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함께 잘사는 ‘공진화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옳은 말이다.
수교 당시 13만 명이던 양국의 방문자 수는 970만 명으로 급증했다. 관광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산품을 한 아름씩 사가지고 간다. 따라서 우리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준다. 교역액은 64억 달러에서 작년 말 2천206억 달러로 34배나 증가했으며 초기의 농산물 위주의 거래에서 공산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교역액을 앞서는 것으로 앞으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투자도 1992년까지 누계가 500만 달러로 11건이던 것이, 2011년 9월까지 누계 33억 4천만 달러로 7천387건이나 되었다. 초기에 중국산 물품임을 속이던 것에 비하여 이제는 버젓이 중국산임을 적어놓고 파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우리 주변에 중국산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밀착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중국산을 안 먹고 살 수 있다고 하면 소가 웃을 일이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한중 관계는 두 개의 ‘거리’가 중요하다. 중국과 한국은 ‘가치의 거리’가 크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지구적 가치, 보편적 가치와 거리가 있는 나라다. 반면 중국은 한국과 ‘기술의 거리’를 점 점 좁히고 있다. 양국 간 ‘가치의 거리’는 좁혀야 하지만 ‘기술의 거리’를 넓히는 것이 중국을 이기는 ‘극중지계’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중국에 전체 수출 물품의 25.1%를 수출하고 있으며, 1992년에는 11억 달러 적자이던 것이 작년 말에는 478억 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다. 하지만 점점 추격해 오는 중국의 기술력을 따돌리고 앞서 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기술의 거리를 벌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역전될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려 있다.
한국 내 중국 유학생은 1992년에는 1천182명이던 것이 작년 말에는 6만 843명으로 늘어났다. 중국 내 한국 유학생은 1992년에는 4천명이던 것이 작년 말에는 6만 7천명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유학생들이 있지만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절호의 기회에 미래세대가 서로 호감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 아주 절실하다.
중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많이 오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 학생들이 국제 사회의 도덕적 가치, 지구적 가치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의 교류도 필요하며, 예능·예술·학술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양국 젊은이들이 서로 문화를 교류하면서 꾸준히 함께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너무 가까워져 버렸다. 한·중수교 20년을 돌아보면 정치적으로 냉랭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눈에 띄게 성장한 ‘정랭경열’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경제문제 뿐만 아니라 남북 문제, 영토 문제, 국제 문제, 안보 문제 등 우리와 관계되는 모든 일에 중국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거대 중국과 이웃해 살아갈 스마트한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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