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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잃어버린 우리역사 |
2012년10월11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우리 한글이 ‘세계문자올림픽’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의 자랑거리가 점점 늘어나고 우리의 국력이 신장되면서 ‘세계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대하여 물어보면 무엇이라 대답할까?’라는 물음에 부딪치곤 한다. 2002년에 서부 유럽을 갔을 때,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물음을 받은 경험이 있고, 나 자신이 우리나라 역사를 너무 모를 뿐만 아니라 역사교육 또한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였는데, 우리 역사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묻혀버렸다고 역사가들이 논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우리나라 역사는 왜 이렇게 파괴되었을까?
이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문제가 실타래처럼 꼬여 있다고 보여진다. 남을 욕하고 탓하기에 앞서 우리역사의 잘못된 기록과 스스로 파괴한 부분부터 먼저 살펴보자.
먼저 우리 역사는 우리 손으로 파괴해 버렸다. 지금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역사서로, 학계에서 인정하고 가르치는 대표적인 사서에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있다. 삼국사기는 고려인종 23년, 1145년에 김부식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책으로 삼국시대를 기록한 정사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이 책을 지은 김부식은 고려중기의 유학자로, 중화주의와 사대주의 사관을 바탕으로 삼국사기를 편찬하였다. 그래서 고구려를 진한 이후로 중국의 동북 모퉁이에 끼어 있었던 나라로 정의하고, 중국의 국경을 침범하여 중국을 한민족의 원수로 만든 적대국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신라 귀족의 후손인 김부식은 멸망한 신라를 한국사의 정통계승자로 만들기 위해 신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발해의 역사를 단 한 줄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두고 신채호는 ‘동·북 양 부여역사를 빼 버려 조선 문화의 근원을 진흙 속에 묻어 버리고, 발해를 버려서 삼국 이래 결정된 문명을 짚더미에 내던져 버렸다’고 통탄했다. 김부식은 한민족의 상고역사를 한반도에 국한된 반 토막 역사로 축소시켜 버린 인물이다.
문정창도 삼국사기는 그 첫머리에 박혁거세 원년으로부터 시작하여 이 나라 이 민족사의 상부를 잘라버렸다고 비판하면서 대 진국 초기에 쓴 ‘단기고사’가 삼국사기에 수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나라 사람들이 처음부터 우리 조국의 모든 것이 중국보다 낙후된 약소국으로만 인식하게 되고 단군조선의 실사까지 알지 못하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삼국사기가 한 민족의 고유 사서를 충분히 싣지 못하였음을 통탄하였다.
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 7년, 1281년 경에 일연 스님이 편찬한 책이다. 우리의 상고사를 신화 속으로 밀어 넣거나 빌미를 준 이 책은 첫째, 환국·배달·옛 조선이라는 7천 년에 달하는 우리 상고사를 환인, 환웅, 단군 3대에 걸친 인물사로 잘못 기록하였다. 둘째, 배달의 백성으로 귀화하고자 한 두 부족인 ‘웅족’과 ‘호족’을 사람 되기를 갈망한 두 마리 동물로 묘사하였다. 셋째, 마흔일곱 분 단군이 다스린 고조선을 단 한명의 단군이 다스린 것으로 잘못 기록하였고, 그 단군왕검도 산신이 되었다고 하여 고조선 역사 전체를 신화 속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을 불교 신화에 나오는 제석신의 나라로 풀이한 것이다. 그 결과 일제 식민지 사관을 확립하는데 결정적 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면 여기서 어찌하여 옛 사서들이 다 사라지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만 한국의 대표 사서로 남게 되었는가?
일차적으로는 김부식과 일연의 책임이 크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저술하면서 당시까지 남아있던 사서 중에서 유교사관과 불교사관에 위배되는 문헌은 고의적으로 배제하였다. 그 후 고려를 이은 조선의 숭유정책과 조선을 무너뜨린 일제의 식민정책은 이 두 사서를 한국의 대표사서로 굳히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조선은 성리학적 질서를 확립하고자 그 선행 작업으로 한민족의 독자적인 사서를 사회에 간직해서는 안 될 책으로 규정하여 수시로 수탈 소각하였다. 이 두 사서가 한민족의 정통 사관이 아니라 사대주의 사관과 유교, 불교라는 외래 종교의 관점에서 쓰여 지는 바람에 우리의 찬란한 문화와 오랜 역사의 참 모습을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사를 파괴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사 지우기를 위한 일제의 집요한 사서 불태우기와 가져가기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이 가해진다.
우리나라는 환국, 7대 환인 시기를 거쳐 배달, 18대 환웅 시기 1,565년을 이어 고조선 47대 단군 2096년을 지나 부여-삼국시대-남북국 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로마의 역사서 ‘게르마니아’ 는 잘못된 내용으로 600만 명을 학살하게 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도 위험한 책의 목록에 올려야 할 것 같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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