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첫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기업인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또 논란을 빚고 있다.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해, 또 노조의 호감을 얻으려는 속셈으로 주요그룹 총수들을 일단 국정감사장에 불러내려는 야권 의원들의 마구잡이식 증인채택 주장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여러 상임위에서 특정 기업인에게 중복적으로 출석 요구서를 보내는가 하면, 국감증인 채택 문제로 국정감사가 파행 운영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하여 정부의 정책집행 내용과 방향의 잘잘못을 점검하고 따지는 활동이다. 그런 만큼, 세금이 투입되는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인에 대한 국감 증인채택은 특별한 경우 예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는 감사대상을 정부조직법 및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으로 피감기관을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17대 국회에서 179명이던 국회출석 민간인증인 숫자는 18대 국회에서는 267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여야가 표를 의식,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업인의 증인 출석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경영자가 국감증인으로 출석해 무슨 죄인처럼 국회의원으로부터 호통당하는 모습은, 당사자 개인의 불명예일 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대외신인도와 브랜드가치를 크게 손상시킨다.
일분일초를 아껴 생산-수출전략을 짜야할 대기업총수들을 국감장에 불러 대기시킨 뒤 ‘네 죄를 네가 알렷다’식으로 훈계하며 야단치는 나라가 대한민국 밖에 또 어디 있겠는가. 300명의 선량들은, 국정감사가 과연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헌법과 관련법령을 다시 한 번 정독하고 국감에 임해야 한다.
민간기업인을 마구잡이로 국감 증언대에 세우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깔린 인기영합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의회정치 선진국을 벤치마킹하여 국정감사제도를 과감하게 바꾸는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한다.
20여일이란 짧은 기간에 행정부의 모든 살림살이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점검할 것이 아니라, 국감기간을 없애고 연중 상시 감시활동으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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