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중앙청사에서 최근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우울증 치료를 받던 김 모(61)씨는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휘발유를 담은 생수병을 배낭에 넣어 정부 청사 안으로 들어가 18층에 불을 지르고 투신자살했다.
이날 정부중앙청사는 휴일이라는 이유로 검색대와 보안게이트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중앙청사는 지난 2008년,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 피해를 입었다. 그 당시를 돌이켜 보면, 전기누전으로 추정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외부인 출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번 방화범의 중앙청사 진입사건을 계기로 보면 외부인 출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전제는 화재 책임을 누전으로 돌리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1999년에는 선풍기 과열로 인한 화재를 당한 적이 있다. 모두 인재에 의한 화재임이 분명한 세 번의 화재를 당했다면 재난대비와 보안이 부실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굵직한 국제행사 개최와 국가신용등급 상승으로 국격이 향상되었다고 스스로 홍보하고 있는 정부의 중앙청사가 세 번째 화재를 당했다는 사실은 국제적인 망신일 것이다.
국정의 핵심 기관은 그 역할 때문에 민원 발생이 가장 높을 수 있다. 민원인의 불만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며, 심한 경우 이번 사건처럼 방화와 투신자살까지 벌일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당연히 예측했어야 하고 예방노력과 철저한 보안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일반 민원인이 청사 출입 때 불편을 감수하는 이유도 더 큰 피해를 막자는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동의를 재난불감증으로 답한 정부중앙청사 책임자들에 대해 납득할 만한 책임추궁과 근본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중앙청사의 화재는 청사의 보안·재난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이번 사건이 휴일근무 공무원 특유의 무사안일에서 비롯되었다면 국가안보차원에서 획기적인 보안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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