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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묵자의 겸애설 다시 읽기 |
2012년10월25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서 점에서 호기심에 ‘장자’라는 책을 열었더니, 처음 ‘노장사상 왜곡’이라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조조가 정권을 잡은 이후에 노장의 반체제적 민중성과 반문명적 저항성을 제거하려고, 위진 시대 천하제일의 유명한 학자요, 명망가인 ‘하안’을 이용하여 그의 제자 ‘왕필’을 천재로 둔갑시켰고, 왕필에게 저항적이고 민중적인 노자를 권력 친화적인 사람으로 왜곡시키게 했다는 것이다.
흥미로워서 출판사로 전화를 걸어 옮긴이 기세춘 선생님의 전화를 물어,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묵자에 관한 프린트물을 보내 주셨다. 묵자를 먼저 공부하라는 의미였다.
묵자! 겸애설의 묵자를 우리는 거의 모르고 지낸다.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 유교의 인과 같으나 표현만 다른, 묵자의 겸애설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묵자의 사상이 오늘 우리가 처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됨에도 말을 않고 있는 것이다. 묵자의 겸애설은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사랑하는 것에 공감이 간다.
우선 묵자의 주장을 들어보자. 공자가 춘추시대 사람이라면 묵자는 전국시대 사람이다. 전국시대는 말로 어떻게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 그 자체였다. 무법천지이며 전쟁의 암흑시대였다. 백성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묵자는 나라와 나라가 서로 공격하고, 가족과 가족이 서로 빼앗으며, 개인과 개인이 서로 해치는 근본적인 원인을 이익을 위하여 자신만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데에서 찾았다.
그래서 묵자는 주장한다. ‘제후가 서로 사랑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대부가 서로 사랑하면 약탈하지 않으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잔혹하게 해치는 일이 사라진다.’ 묵자의 주장은 이어진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마치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를 자신의 나라처럼 보거나, 다른 가족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며, 다른 사람을 자신을 보는 것처럼 대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이 ‘겸상애’ 또는 ‘겸애’이다. 묵자는 ‘서로 더불어 사랑하면 천하가 다스려질 것이다.’ 라고 말한다.
묵자의 주장은 이어진다. ‘겸애는 좋은 점이 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다른 사람도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그 사람도 당신을 돕게 된다.’
공자의 사랑이 ‘인애’라면 묵자의 사랑은 ‘겸애’이다. 겸애는 친소, 귀천, 등급 등의 차별이 없는 사랑이다. 부모나 자녀는 물론이고 임금이나 백성, 귀족이나 평민, 황하 민족이나 이적 등 소수 민족의 차별 없이 똑같이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무차별의 사랑이다. 그래서 ‘겸’이라고 한 것이다. 기독교의 본래 사상과 너무 닮았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사상도 쉽게 뿌리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맹자가 양혜왕을 찾아가니 ‘영감님은 왜 하필 인과 의를 말씀하십니까?’ 하였듯이 그러한 토양이 마련되지 못한 때였다.
묵자는 고죽국 사람이다. 동이족이니 우리나라 사람인 것이다. 이름은 적, 존칭으로 ‘묵자’라 한다. BC 468년 태어나 376년에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 한때 천인이었고, 목수였다는 설도 있다. 고달픈 어린 시절을 보내고, 명성을 얻은 뒤에도 공예, 토목 기술 등에 관심을 보였으며 거친 밥에 소찬을 즐겼으며 베옷을 입고 짚신을 신었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이 겸애설을 주장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공자가 사인의 대표였다면 묵자는 서민을 대표한다. 그는 윤리 사상으로는 겸애를, 정치 사상으로는 상현을, 경제 사상으로는 절용을, 종교 사상으로는 천지를 말했다.
묵자 생각의 보따리는 무지무지한 보물창고와 같다. 이 보따리를 풀어서 우리가 잘 향유한다면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운 문제를 대부분 풀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겸애는 석가나 예수 그리고 공자가 설파한 사랑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금 세계는 전쟁 중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동북아도 화약고와 같다. 이런 전쟁문화를 지양하는데 묵자의 ‘평화의 상제님’과 ‘반전사상’은 보약이 될 것 같다. 아울러 반패권주의, 반전평화주의를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되어 있다. 자본과 금전과 상품과 시장이 신이 되는 자본주의 문명을 시급히 지양해야 한다. 이제 물신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생명의 터전인 지구까지 파괴하는 괴물이 되었다. 자본주의, 초과소비 문명을 지양할 수 있는 묵자의 절용문화혁명 운동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묵자가 주장하는 무한의 사랑, 퍼 주어도 퍼 주어도 줄어들지 않는 사랑을 쉬지 말고 베풀자.[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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