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밤은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체…’라고 우리의 가슴을 휘어 잡았던 어느 가수가 부른 곡 이 있지만 옛날처럼 사회는 낭만만을 남겨두지는 않는 듯하다. 결실의 계절 가울, 전국은 청명한 가을 날씨 속에서 절정을 이룬 단풍을 즐기려는 나들이객들로 요즘 크게 붐빈다고 한다. 언제나 그러하듯 이제 곧 나무들도 화려했던 옷을 벗고 추운 겨울나기를 준비 할 것 같다. 언제나 삶에 쫓겨 바동거리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여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을 배울 수 있는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해마다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나이에 따라 그 느낌의 강도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울긋불긋한 단풍의 모습이 아름다움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마지막 핏빛을 토해 내는 절규로도 느껴짐은 떨어지지 않으려는 나뭇잎의 애잔함이 깃들어 있어서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가을은 곧 겨울이 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겨울은 대지의 만물을 고요로 잠재우는 시기임을 알고 있기에 사색에 잠기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 되어버린다.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젊은이들은 연인을 찾아 해 넘기지 않고 결혼이라도 할 양으로 분주히 쏘다니지만 그것도 경제적 침체로 직장 잡기가 어려우니 마음 같이 쉽지는 않는 듯 하다. 요즘 대기업이나 공무원 공채 시험이 평균 100:1이 넘는 다고 하니 몇 백군데 내어 봐도 소리 없는 메아리로 되돌아와 답답하다는 실업자들의 토로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실의 계절 과 같다고 하겠다. 또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의 모처럼의 단풍여행이 사고로 연결되어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만들 때는 가을의 낙엽과 인생의 무상함을 다시 한 번 연관지어 볼 때가 있다. 가을의 풍성함과 풍요로움의 순수의미가 그대로 전달되던 옛날과는 격세지감으로 교통지옥과 인산인해의 사람으로부터 고생 투성이의 사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을은 겨울이 닥치기 전 무언가 우리에게 마지막 「메세지」를 주기에 그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산수(山水)를 찾게 된다. 바위 틈 사이로 아름다운 모습의 샛노랗고 붉은 색깔을 풍기는 나뭇잎을 보노라면 비경이 따로 없구나 하는 마력에 빠지게 될 때 자연과 인간의 창조는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봄꽃의 아름다움과 가을 단풍 색깔은 정반대의 정황이지만 같은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풍기게 함은 인생의 생사가 동일 선상에 존재함을 일깨워 주는 자연의 교훈 같다. 먼 곳을 찾지 않아도 좋으니 가을의 멋을 한 폭의 그림으로 뇌리에 새겨 넣어 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생활의 여유로움과 멋이라고 본다면 가족간에 부부간에 혹은 연인간에 마음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올해의 가을과 내년의 가을이 늘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오늘이라는 현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 비로소 느낄 수 있는 후회와 회한이 되지 않기 위해 바쁨 속에도 자그만 단풍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이 생활의 전부가 될 수도 있기에 10월의 마지막을 산사의 단풍과 함께 하길 권하고 싶다.
코믹스-200727.jpg)
.gif)
돌아가기
.jpg)
 (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