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제27회 적벽문화제가 화순문화원(원장 김재월) 주관으로 화순군 이서면 적벽동천 광장에서 거행됐는데 주최측 인사와 화순군수의 인사가 있었고 이어 연정국악원 풍물놀이 공연과 함께 잔치를 베풀었다. 아울러 민족시인 시조백일장도 개최됐다.
고무적 현상이다. 그것은 호남시조문학회에서 나온 심사위원 등 3명이 20여편의 작품 가운데 장원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8명을 각각 뽑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만강의 사의를 표한다. 시조는 우리 한국의 민족시로서 우리의 희노애락을 노래하고 있는 까닭이다. 입상자들은 계속 정진해 주기 바란다. 다음에 장원만을 들어 본다.
<적벽> -이준배 작
깎은 듯 높은 절벽
긴 냇물 굽어보고
억천년 신비경에
나그네들 발 멈췄던
그 비경
강물에 어려
김삿갓 시만 맴돈다.
저 무등 감춰숨긴
오직 하나의 선경으로
술렁이는 강기슭은
예향 지킨 혼을 싣고
소객들
오가는 언덕엔
학이 나와 노닌다.
<작원작>인 이 시조는 비록 표현의 묘는 얻지 못했지만 각 장마다 정감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메타포(metaphor)가 있다. 시조는 원래 서정을 보기 때문이다.
작자는 적벽의 강물을 김삿갓의 시로, 강 언덕에 노니는 학을 김삿갓의 화신으로 연상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찍 세상을 떠난 김삿갓이 학이 되어 이 강에 날아들어 시를 쓰고 있다. 윤리강상이 무너지고 모럴(moral)이 땅에 떨어진 현실에 우리는 민족 시인으로서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 자연+(플러스) 인간을 소재로 삼아 시를 쓸 수밖에 없다. 자연과 인간이 하모니(harmony)를 이루는 세계야말로 좋은 시세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오늘의 시조 시인들은 자연에 현대적 기능을 부여해 메타포가 있는 시를 써야 한다. 자연은 정직한 속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자연을 잘 보호해야 한다. 자연을 지성으로 잘 보호할 때에 우리의 뇌에서 엔도르핀(Endorphin)이 나와 절로 몸이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물성의 추상화를 배격해야 한다. 즉 시적 표현을 통해 이미지의 구체화를 서둘러야 한다. 어쨌든 시조 시인 한 사람이 나와 기쁘다. 시는 작자의 뜻을 말하는 ‘언지’인 까닭이다.
이제 우리 시조 시인들에게 다음 몇가지만 주문하고자 한다. 남이 쓴 시를 흉내내서는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이 그것이다.
첫째, 시조 시인들은 우리 시조를 ‘반정형시’라고 생각하고 형식을 완전히 맞추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시조 작품은 초장과 중장에서 자수의 융통성이 있고, 종장에서는 첫구에 3자를 지키므로써 시조의 형식이 고수되기 때문이다.
둘째, 시조 시인들은 우리 시조가 ‘메타포(metaphor)’에 의해 그 생명력이 발휘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참신하게 써야 한다. 시를 쓰는 것도 과학자처럼 발견인 것이다.
따라서 시는 새로운 의미를 형성할 때 그 존재가치가 성립된다. 시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시어를 가지고 새로운 것을 형상화 시켜야 한다. 시인이 새로운 시를 쓰지 못한다면 이미 그의 시는 읽을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메타포는 은유다. 은유란 비유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은유는 겉으로, 즉 표면상으로는 비유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 수사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장미와 같은 소녀’ 하면 비유법에 있어서는 은유가 된다. 직유는 ‘~같은’, ‘~처럼’ ‘~듯한’ 등이다. 따지고 본다면 현대시조에서의 ‘직유’라는 비유는 한 박자가 뒤쳐진다. 되도록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와 반대로 ‘은유’는 되도록 많이 써야 한다. 오늘의 우리 시조는 은유에 의해서만 새로운 시조의 탄생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A는 B이다’라고 하는 은유가 성립될 때 그 은유의 의미는 ‘A도 B도 아닌 새로운 의미의 것’을 강조한 것이 된다.
화순문화원에 있는 화순시조시인협회는 하루속히 시조 창작 교수를 초빙해 창작 교실을 개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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