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방자치단체의 비리가 도를 넘었다. 개인이 공금 횡령은 물론 부서의 인허가 불·편법까지 감사원 감사에 적발돼 주의 조치를 받은 시·군들이 발표돼 주민들의 실망을 주고 있다.
과연 누구를 믿고 시·군정을 맡겨야할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얼마 전 지방자치단체 사상 초유의 공무원 횡령 사건으로 떠오른 여수시청의 회계과 8급 공무원이 무려 76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해 온 국민의 충격을 안겨 주었다.
부인의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저지른 범죄로는 너무 큰 액수이며 그 많은 돈을 서류 조작으로 빼돌리는 데에는 장장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혈세가 수년 동안에 걸쳐 눈덩이처럼 불어 줄줄 새고 있어도 자체 감사에서는 적발되지 않고 결국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냈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발되지 못했다면 아마 여수시는 지금도 시민의 혈세는 밑 빠진 독에 물이 새 언제 그칠 줄 모르는 상화이라고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완도군청 회계과 직원 역시 공금 5억 원을 횡령하다 들통이나 물의를 빚었다. 깨끗한 공직 풍토 조성과 실천을 위해 부단한 교육과 연수에도 윤리와 도덕성을 상실한 일부 공무원들이 돈만 보면 삼키고 보는 풍토로 돌변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공무원이 억대의 금액은 범죄도 아닌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는지 의문이 갈 정도다. 사건이 발각되면 수억 원 또는 수십억 원 단위로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 군뿐만 아니라 전남도 역시 공직 비리 뿌리를 뽑기 위해 고강도 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엄단의 조치와 불이익을 주는 규정을 추진하기로 선포하고 있지만 가까운 집안 도둑은 막지 못하고 있어 난처한 입장은 마찬가지다.
전남도에서도 최근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투자유치자문관 최 모씨가 중소 중장비업체 대표와 짜고 허위 계획서를 꾸며 국가 보조금 7억7천만원을 타내다 적발되는 수치스러움을 샀다. 최 씨는 지난해 8월 부도 위기에 놓인 중소 중장비업체 대표 김 씨와 공모해 이 회사 공장이 수도권에서 영광군으로 이전하는 것처럼 관련 서류를 위조해 국가 보조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국고 보조금도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지급되는 것인데 전남도가 임명한 준 공무원이 수억 원을 가로 챘다는 것은 공직사회의 기강이 해이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시민의 눈에 보이는 전시 행정보다는 작은 것부터 바로잡아 내실 있는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처럼 횡령, 투자유치 사기 등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전남의 일부 공무원들 때문에 주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근무에 임하고 있는 공무원들까지 불신을 받아 주가가 땅에 떨어지는 일들은 막아야 한다.
지자체들이 이 처럼 허술한 집안 관리로 일관해 오면서 시민들에게 고충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자치단체장이 지역 현안사업과 관련 정부 예산 10억 원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에 이미 금고에 쌓인 돈까지 날려 보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잇단 공직 비리를 보다 못한 시민단체 등은 “공무원이 규정대로 업무를 처리했으면 이 같은 사건은 충분히 예방 할 수 있었다”며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비리 공직자들에 의해 없어진 혈세를 회수 한다고는 하나 이미 탕진된 돈을 회수하기란 어려운 실정에 있다.
이에 대해 비리를 관리하지 못한 지자체장의 책임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단체장의 관리에 대한 법적 책임의 한계를 분명하게 가리고 거기에 도의적인 책임까지 떠안아야 마땅할 것이다. 횡령 금액을 회수가 어렵다고 접어 둔다면 결국 그 금액은 시민이 채워 넣어야 하는 일이기에 어떤 방법이든 부족한 금액만큼은 단체장의 목으로 남아야 비리 근절의 해법의 일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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