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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말(馬)과 사람 |
2012년11월07일(Wed)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할 머니 제삿날이 되니 어렸을 때 나를 업고 유충렬전이나 흥부전 등 옛날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던 기억이 새롭다. 그날은 ‘새옹지마’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셨다. 어느 날 변방 새옹의 집에 말이 아무 까닭도 없이 도망쳐 오랑캐들이 사는 국경 너머로 도망가 버렸단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동정을 하며 위로를 하자, 이 집주인 늙은이는 ‘이것이 어찌 복이 될 줄 알겠소’하고 조금도 걱정하는 기색이 없었단다.
그런데 그 말이 오랑캐의 좋은 말과 함께 왔단다. 그러자 또 마을 사람들이 횡재를 했다며 축하를 하자, 이번에도 영감은 ‘그게 화가 될지 누가 알겠소’ 하며 조금도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단다. 그런데 그 아들이 말 타기를 하다가 떨어져서 넓적다리를 다치고 말았단다. 또 사람들이 몰려와 병신이 된데 안타까워하는 인사를 했지. 그러자 영감은 ‘그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단다.
그 후 마을의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다 죽었으나, 아들은 군대를 가지 않고 아주 오래 잘 살았단다.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어, 변화가 끝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다. 할머니는 인간 책이며 살아서 걸어 다니는 도서관이셨다.
이어서 ‘지록위마’라는 고사가 생각났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전국을 순회하던 중 사구에서 죽는다. 그런데 조고라는 환관은 영리한 사람인 것 같다.
그는 같이 간 호해를 꼬드겨 환제로 삼고, 그 유명한 이사를 회유하여 역적모의에 동참시킨다. 부소가 왕이 되면 승상이 못 될 것이라는 말과 몽염과 이사를 비교하는 심리 전술까지 써서 이사를 굴복시키고, 큰 아들 부소를 자결케 한 후 돌아와 황제 즉위식을 갖는다.
어린 왕을 아방궁 깊숙한 곳에 궁녀들과 놀게 하고, 진나라는 조고 것이 된다. 조고는 황제가 되려는 야심찬 꿈을 갖고 신하들을 실험하려고 황제에게 ‘사슴’을 헌상하면서 ‘말을 헌상 합니다’라고 말한다. 황제가 사슴이라고 말하자 아니라고 우기면서 신하들에게 물어보라고까지 한다. 조고가 눈을 껌벅거렸건만 두 신하가 사슴이라고 말을 하고 만다. 이튿날 두 신하는 죽게 된다. 이사도 시장터에서 거열형을 당하고, 호해는 조고의 사위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이어 부소의 아들 영이 즉위하여 조고를 똑같은 방법으로 죽이고, 영은 유방에게 항복한다.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했으니 망하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할 일이었다.
‘백락일고’라는 말도 있다. 전국시대 소대라는 유세가가 제나라에 가서 훌륭한 신하인 순우곤에게 백락이 말을 봐주자 그 값이 열배가 뛰었다고 하면서 자기의 존재를 왕에게 알려주라고 하여서 소대는 제나라에서 대접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백락은 말을 잘 보았다고 ‘맹자’라는 책에도 나올 정도이니 명마를 잘 구별할 줄 알았나 보다. 진 목공이 백락에게 좋은 말은 어떻게 구별하느냐고 묻자, 좋은 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근골을 살펴 구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백락의 친구 구방고가 자기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한다. 과연 구방고는 훌륭한 말을 구해 바쳤다고 한다.
말에 얽힌 이야기는 아주 많다. 중국 연나라 소왕에게 곽외라는 사람이 들려 준 이야기이다. 철리마를 구하려는 군주가 있었는데 신하가 자기가 구해오겠다고 하고선 석 달이나 지난 뒤에 죽은 말뼈를 오백 금을 주고 사와서는 ‘세상 사람들은 산 말은 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천리마를 가져올 것입니다.’라며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과연 1년도 지나지 않아 천리마가 세 필이나 나왔다고 한다. ‘사마지골’, 죽은 말뼈도 무시할 수 없나 보다. 사람의 충언이나 비평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경우에 ‘마이동풍’이라는 말을 쓴다. ‘천마행공’, ‘장편불급마복’ 등의 말도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는 이베이와 샹창이 유명하다고 한다. 하늘을 다니기에는 용과 같은 것이 없고, 땅을 다니기는 말과 같은 것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용마는 인덕을 갖춘 말이며, 천마는 성인의 덕성에 감응해서 세상에 나온다고 한다. 우리의 기억에 남는 나폴레옹의 백마, 관운장의 적토마, 장비가 장판교에서 탄 명마,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말들, 칭기스칸과 그 부하들이 타던 말들, 알렉산더 대왕이 탄 말 등 수도 없이 많다.
애석하게 생각나는 말은 항우가 타고 다니던 ‘오추마’이다. 유방과 72번 싸워 71번 이기고, 마지막 해하 전투에서 패하자, 항우는 우미인과 오추마에 대한 슬픈 노래를 부른 후 오강에서 오추마의 고삐를 뱃사공에게 건네주고 전사한다. 그리고 역사가 바뀌어 버렸다.
말은 우리 생활과 너무 깊은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나는 말띠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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